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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외국인선수 시장이 점점 FA 시장을 닮아가고 있다. 축소발표, 특별대우, 다년계약 요구 등 외국인 선수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위를 향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시장의 과열은 프로야구내 최고 몸값 상승 파트인 FA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수도권 A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한 외국인 투수와의 계약에서 에이전트로부터 여러가지 특별 조건을 제시받았다. 원정숙소에서의 스위트룸 배정(가족 동반시), 팀훈련에서의 예외조항 등 요구사항도 다양했다. 외국인 선수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단체 스포츠인 야구에서 여간해선 받아들이기 힘든 건도 있었다.
문화 차이 등을 감안해도 외국인 선수들은 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갖게되면 행동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미 출신이 다혈질이라고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외국인에 후한 국내 프로야구 문화도 한몫 거들지만 팀에서 자신들이 갖는 비중을 그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고자세를 취한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최고 외국인 타자였던 에릭 테임즈의 철저한 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속을 태우기도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첫타석에 범타로 물러나면 덕아웃 분위기 전체를 얼어붙게 한다. 언제까지 소수 외국인선수에게 끌려갈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사령탑 입장에선 팀에 꼭 필요한 외국인 선수들이지만 이들에게 특별대우를 해주면 전체를 통솔하기 힘들다. 웬만한 것은 통용해주다보니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외국인 선수들은 이제 한국프로야구를 속속 들이 알고 있다. 자신들끼리 네트워트를 구축하고 있다. 돈이 된다는 것도 알고 각팀 프런트의 성향, 그리고 사령탑의 성향까지 의견을 나눈다. 때로는 오기전에 '간'도 보고, '밀당'도 한다.
최근 들어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FA시장 팽창과 궤를 같이 한다. 대어급 FA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는데 비슷한 대우는 당연하다.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운 17명의 투수중 외국인 투수가 10명이나 될 정도였다.
FA가 4년 기준 100억원이 마지노선인 것처럼 외국인 선수들도 연봉 200만달러가 심리적인 한계치다. 하지만 이미 거물급 FA들이 100억원을 돌파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외국인 선수들 역시 2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150만달러에 재계약했다고 발표됐으나 미국 현지에선 250만달러 얘기가 나온다. 한화는 로사리오의 첫 요구액이 250만달러였고, 150만달러가 분명하다고 해명했으나 200만달러를 넘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한화 에스밀 로저스 역시 19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지만 미국 현지에선 200만달러 이상의 몸값 소문이 쫘악 퍼졌다. 2년 연속 170만달러를 받게된 KIA 헥터 노에시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받았던 연봉만 195만달러였다. 상식선에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제 지난해 22승(3패)을 거둔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의 재계약 연봉이 초미의 관심이다. 지난해 120만달러로 발표했는데 올해 200만달러를 넘길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각팀들은 선수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투수가 그렇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도 투수난이다. 선수몸값이 치솟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KBO리그 타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웬만한 마이너리그 출신 투수는 난타당하기 일쑤다. 저렴한 선수를 데려와 실패한 뒤 바꾸다보면 오히려 손해가 크다. 국내로 향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