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감독이 본 이승엽 홈런스윙-1루 수비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1-04 21:32


'2016 카스포인트 어워즈'가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카스모멘트상을 받은 이승엽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2.12.

삼성 이승엽이 지난 9월 14일 대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한일 통산 600홈런을 때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songs@sportschosun.com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이제 '전설'과 이별을 준비해야할 시점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1)은 산뜻한 마무리를 구상하고 있다. 지난 연말 각종 시상식 인터뷰에서 이승엽은 "떠날 때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고 했다.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것을 이뤘기에 "더이상 이루고 싶은 것은 없다"고 했는데, 가장 좋은 모습으로 내려오고 싶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 타자로 기억될 이승엽답게.

경북고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 입단해 맞는 23번째, 마지막 시즌. 지난 연말 각종 인터뷰에서 이승엽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홈런 스윙으로 변화를 주겠다고 했고, 개막전 1루수 출전을 언급했다. 리그 최고의 홈런타자, 삼성 1루수 이승엽. 오랫동안 팬들에게 친숙했던 '전설' 이승엽의 모습이고, 다시 보고 싶은 모습이다.

2003년 56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이승엽은 2012년 다시 삼성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를 상징했던 홈런은 이전보다 줄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전성기 페이스에 비해 떨어졌다는 얘기다. 복귀 첫해에 21개를 때린 이승엽은 2014년 32개를 쏘아올렸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에 85홈런, 309타점. 핵심타자, 간판타자로서 손색이 없는 성적인데, 마지막까지 홈런타자로 남고 싶은 마음이 큰 듯 하다.

이승엽은 지난 몇 년간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다. 체력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타격에 집중했다. 팀 상황이 맞물렸고, 코칭스태프의 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수비 갈증이 있었다.

홈런 스윙, 1루 수비 모두 개인 욕심에서 나온 건 아니다. 허약해진 라이온즈, 현재 팀 상황과 연관이 있다.

지난 시즌 9위로 추락한 삼성은 '소총부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해 삼성은 팀 홈런 142개로 한화 이글스와 함께 공동 5위에 머물렀다. 극심한 타고투저가 몰아친 상황에서 2015년 176개(3위)에서 34개가 줄었다. FA(자유계약선수)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로 이적해 올해는 홈런 갈증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27홈런을 기록했다. 최형우(31개)에 이어 팀 내 홈런 2위였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 20홈런 이상을 때린 선수는 이승엽 최형우, 둘뿐이다.


2015년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분을 수상한 이승엽.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김한수 삼성 감독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이승엽을 보며 "고맙다"고 했고, "이승엽답다"고 했다.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겠으나, 내가 아는 이승엽은 팀을 생각하는 선수다. 외국인 타자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으나, 우리팀에서 홈런을 때려줄 타자는 이승엽 구자욱(2016년 14개) 정도다. 경기 후반 홈런 한방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팀 상황을 감안해 결정했을 것이다"고 했다.


1루 수비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풀타임 출전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이승엽이 1루 수비를 분담하면 선수 가용폭이 넓어진다.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이승엽이 1루수로 전체 시즌의 3분1, 혹은 절반을 소화해준다면 여러가지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1루수 이승엽'에 물음표를 달 수 있을까.

김 감독은 "리그 최고 수준의 1루 수비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승엽이 한 인터뷰에서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훈련해 개막전에 1루수로 출전하고 싶다. 국내 복귀 후 1루 수비를 많이 안 해 많은 사람들이 1루 수비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화답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이승엽과 많은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KBO리그 통산 1771경기에 출전한 이승엽은 타율 3할4리-443홈런-141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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