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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설'과 이별을 준비해야할 시점이다.
2003년 56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이승엽은 2012년 다시 삼성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를 상징했던 홈런은 이전보다 줄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전성기 페이스에 비해 떨어졌다는 얘기다. 복귀 첫해에 21개를 때린 이승엽은 2014년 32개를 쏘아올렸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에 85홈런, 309타점. 핵심타자, 간판타자로서 손색이 없는 성적인데, 마지막까지 홈런타자로 남고 싶은 마음이 큰 듯 하다.
이승엽은 지난 몇 년간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다. 체력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타격에 집중했다. 팀 상황이 맞물렸고, 코칭스태프의 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수비 갈증이 있었다.
지난 시즌 9위로 추락한 삼성은 '소총부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해 삼성은 팀 홈런 142개로 한화 이글스와 함께 공동 5위에 머물렀다. 극심한 타고투저가 몰아친 상황에서 2015년 176개(3위)에서 34개가 줄었다. FA(자유계약선수)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로 이적해 올해는 홈런 갈증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27홈런을 기록했다. 최형우(31개)에 이어 팀 내 홈런 2위였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 20홈런 이상을 때린 선수는 이승엽 최형우, 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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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 수비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풀타임 출전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이승엽이 1루 수비를 분담하면 선수 가용폭이 넓어진다.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이승엽이 1루수로 전체 시즌의 3분1, 혹은 절반을 소화해준다면 여러가지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1루수 이승엽'에 물음표를 달 수 있을까.
김 감독은 "리그 최고 수준의 1루 수비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승엽이 한 인터뷰에서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훈련해 개막전에 1루수로 출전하고 싶다. 국내 복귀 후 1루 수비를 많이 안 해 많은 사람들이 1루 수비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화답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이승엽과 많은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KBO리그 통산 1771경기에 출전한 이승엽은 타율 3할4리-443홈런-141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