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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가 줄어들어도 예열은 충분하다. 시범경기 축소가 반갑다.
올해는 12월과 1월 비활동기간을 확실히 지켜달라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요구에 따라 스프링캠프 출발일이 보름 가까이 늦춰졌다. 몇몇 팀들이 비행편 일정상 1월 30일, 31일 출발을 하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일정은 2월부터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연히 훈련 풍경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는 개인 훈련 기간이 길지 않았다. 연말을 보내고 나면 곧 캠프를 떠날 때가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해외 개인 훈련 열풍이 불고 있다. 고액 연봉자들을 위주로 괌, 사이판 등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든 후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는 일정을 각자 짰다. 스프링캠프 기간이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몸을 스스로 알아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KBO는 달라진 스프링캠프 일정에 맞춰 시범경기를 기존 팀당 18경기에서 12경기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동일까지 고려하면 일주일 이상 단축된 것이다.
시범경기 일정 축소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존재했다. 정규 시즌이 아닌, 컨디션을 점검하는 연습경기인데 경기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이다.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전체 경기 수가 더욱 늘어났고 축소 주장에 힘이 실렸다.
현장에서도 동의하는 관계자들이 있었다. 지난해 A구단 감독은 "시범경기수를 조금만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홈구장이 시범경기 기간까지 개보수 공사가 끝나지 않을 경우 원정 경기 위주로 일정이 짜여진다. 이동이 많다 보면 자연히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중요한 본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연습하다 힘이 빠지는 셈이다.
무엇보다 추운 날씨가 한몫한다. 3월말까지 꽃샘추위가 이어지다 보니 야외에서 야구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자연히 신체 근육들이 움츠러들고, 몸에 맞는 볼이나 슬라이딩 등 격한 동작을 할 때 부상 위험이 커진다. 지난해에도 추워서 경기를 중단하는 '한파 콜드게임'과 '한파 취소'가 속출했다.
물론 시범경기는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스프링캠프에서 닦은 기량을 증명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감독들은 시범경기 때 개막전 엔트리를 최종 확정한다. 1군 출전 기회가 간절한 유망주들은 시범경기야말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때다.
줄어든 시범경기 일정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전망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