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설문]KBO 감독 10명, 오승환 대표선발 5대5 찬반 팽팽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1-03 17:04


5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대만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등판한 오승환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5. WBC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오승환. ⓒAFPBBNews = News1

2017 WBC 기술위원회가 10일 오전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대표팀 김인식 감독을 비롯해 선동열, 이순철, 송진우 코치가 참석해 엔트리 28명 선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1.10.

오승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34)은 현역 한국인 최고 마무리 투수다.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인정받은 한국야구의 자산이다. 그런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선발을 놓고 갑론을박, 찬반논쟁이 뜨겁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해 해외원정도박을 한 임창용(KIA 타이거즈)과 오승환에게 72경기 출전정지를 결정했다. 당시 오승환은 한신 타이거즈에서 메이저리그로 이적을 추진중이었는데, KBO는 "KBO리그 소속 선수는 아니었지만, 국내복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법원이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한 후 내려진 결정이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도,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그를 대표선수 50인 예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KBO는 김인식 감독의 의견을 존중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적인 문제를 떠나 대표팀의 상징성을 감안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대표팀 상황에도 변화가 있었다. 일부 주축 선수가 부상에 따른 수술과 불미스러운 일로 전력에서 빠지게 됐다. 핵심 선수로 기대했던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소속팀 반대로 대표 선발이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김인식 감독은 4일 대표팀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어, 오승환의 합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KBO리그 감독들은 '뜨거운 감자' 오승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스포츠조선이 3일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일부 구단 수석코치, 코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해 익명을 전제로 의견을 들었다. 찬반이 팽팽했다. 5명이 찬성했고, 5명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대표팀 성적이 우선이다.

찬성 의견을 낸 지도자들은 현실론을 꺼냈다.

A감독은 "대회 성적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인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일단 한국에서 1라운드가 개최되는 만큼 성적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오승환같은 확실한 마무리가 없으니 뽑아야 한다. KBO가 징계했는데, KBO리그 선수가 아닌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다. 징계는 KBO리그에 복귀했을 때 소화하면 되는 일이다"고 했다. 이 감독은 이어 "다만, 지난 시즌 세이브왕 김세현을 중용하면 고민이 덜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불가피한 상황이라 찬성은 하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50인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김세현은 28인 최종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B감독은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많은 역할을 해 준 선수다. 팬들을 실망시켰다면 야구로 갚을 기회를 주면 된다"고 했다. 1~3회 WBC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하게 기여한 점을 인정해줘야한다는 의견이다.


2017 WBC 기술위원회가 10일 오전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열렸다. 회의 후 김인식 감독이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이번 회의에는 대표팀 김인식 감독을 비롯해 선동열, 이순철, 송진우 코치가 참석해 엔트리 28명 선발 등에 대해 논의했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1.10.
C감독은 "선수 선발을 왜 감독이 고민해야 하나. KBO가 욕을 안 먹으려 하는 것 같다"며 KBO 역할을 비판했다. 그는 "오승환이 오면 마운드 전략이 달라진다.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없는 대표팀에 오승환은 꼭 필요한 선수다"고 했다. D감독은 "대표팀이라는 게 개인 이익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것 아닌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원칙을 지켜라.

반대한 이들은 원칙과 대표팀의 무게를 강조했다.

E감독은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단순히 실력만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인만큼 전 국민들로부터 성원을 받을 수 있는 선수여야 한다"고 했다. 논란의 대상이 된 선수는 대표 자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F감독은 "이 시점에서 논란이 된 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처음에 왜 안 뽑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상황논리를 비판했다.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감독들도 오승환의 대표팀 합류가 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성적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했다. G감독은 "전력으로 보면 있는 게 좋은데, 원칙까지 깨면서 뽑을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다"고 했다. H감독은 "1000만 관중을 바라보는 이 시대에, 프로야구도 기초가 중요하다. 기존에 만든 규정과 규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성적 부담이 크고 걱정이 되겠지만, 다음을 위해서라도 안 뽑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감독은 "감독이 원한다면 뽑는 게 맞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대표팀을 꾸리면 되는데, 기존 틀을 흔들면서까지 무리를 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50인 예비 명단에 빠져있는 오승환이지만,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시간인 2월 6일까지 변경이 가능하다. 이제 공은 김인식 감독에게 넘어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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