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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수입 100억원 삼성, 라팍은 선물이자 과제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1-02 20:49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이승엽이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이 2회 한화 이재우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팬들의 환호 속에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이승엽.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4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이승엽이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이 2회 한화 이재우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힘차게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이승엽.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4

사진제공=LG 트윈스

2016년은 삼성 라이온즈 구단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시즌으로 남을 것이다. 우선, 1948년에 개장한 대구 시민야구장을 뒤로 하고, 최신형 볼파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 시대를 열었다. 1만명 수용 규모의 낡은 구장을 떠나, 삼성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라이온즈의 명성에 걸맞은 2만4000석 새구장을 갖게 됐다. 삼성 구단 모기업이 총 사업비 1666억원 중 500억원을 분담할 정도로 새구장 건립에 의욕적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신형 구장에서 맞은 첫 해에, 1982년 팀 출범 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KBO리그 10개팀 중 9위. 막내 구단 kt 위즈를 빼면 사실상 최하위다. 직전 시즌까지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랐던 삼성이기에, 더 충격적이고 믿기 힘든 결과였다.

성적도 실망스러웠지만, 주축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 혐의가 불거져 팀 이미지가 추락했다. 가장 앞서가는 팀, 최고 구단이라는 자부심에 크게 상처가 났다. 추락은 한밤 도둑처럼 들이닥쳤다.

그러나 새구장 개장에 따른 희망적인 면도 봤다.

대구 시민야구장 시절 최다 관중은 1995년의 62만3970명(평균 9904명). 워낙 작은 구장이다보니 흥행에 한계가 있었다. 새구장 효과는 첫 해부터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 85만1417명(포항경기 포함), 경기당 1만1825명을 동원해 역대 최다 관중기록을 고쳐 썼다. 지난해 52만4971명보다 32만6446명, 약 62%가 늘었다. '라팍'에서 열린 66경기에 80만4629명-평균 1만2191명, 포항구장에서 개최한 6경기에 4만6788명-평균 7798명이 찾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 현재 대구 총인구가 248만7829명이니, 시민 10명 중 3명이 '라팍'을 찾은 셈이다.

2015년 입장 관중이 KBO리그 10개팀 중 8위였는데, 2016년에는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5위로 뛰어올랐다. 입장권 수입은 더 극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48억6079만8400원에서 104억7627만5800원으로 폭등했다. 무려 116%가 상승해 LG(133억1903만원8200원), 두산(128억501만3636원)에 이어 3위다.

성적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새구장 '라팍'이 팬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그만큼 대구팬들의 새구장에 대한 관심이 컸다. 지하철역과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구단 관계자는 "'라팍'이 지역 명소가 됐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새 코칭스태프, 왼쪽부터 김태한 수석코치-김한수 감독-김상진 투수코치. 지난 10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전 인천공항에서 포즈를 취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새구장 효과가 개장 2년차인 2017년에도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첫 해에는 새구장에 대한 관심이 성적 부진을 뛰어넘었는데, 흥행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성적이다. 성적과 관중수가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획기적인 관전 환경 개선에 따른 새구장 효과는 있겠지만, 성적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다가오는 새 시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겨울 삼성은 좌완 선발투수 자원 차우찬, 4번 타자 최형우를 떠나보냈다. 언더핸드스로 투수 우규민,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했으나, 지난해보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해졌는데, 국내 선수를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전력은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김한수 신임 감독은 "새로원 자원을 발굴해 중용하겠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선수 육성을 통한 전력 강화가 바람직하긴 해도 시간이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삼성 구단은 '라팍' 시대를 준비해왔다. 새구장 개장이 모기업 의존을 줄이면서, 구단 자립경영으로 가는 출발점으로 인식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야구단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성적에 목말랐던 시절에는 전력강화를 위해 다른 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할 투자를 했지만, 효율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라이온즈를 제일기획 산하에 둔 것도, 이런 밑그림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최근 삼성은 마케팅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삼성이 전력 유지를 위한 투자를 줄이면서, '제일주의' 또한 폐기된 듯 하다. 성적보다 모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쏟는 분위기다. 이제 우승보다 돈이 우선이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 구단에 선물같은 '라팍'은 동시에 엄청난 과제를 안겼다.

모두가 삼성을 주시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삼성 라이온즈 연도별 관중-관중수입

연도=경기=입장관중=평균관중=관중수입

2010=66=45만5246=6898=23억7677만원

2011=67=50만8645=7592=33억5065만원

2012=66=54만4859=8255=44억6558만원

2013=64=45만1483=7054=41억683만원

2014=64=50만5045=7891=49억7482만원

2015=72=52만4971=7291=48억6079만원

2016=72=85만1417=1만1825=104억762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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