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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삼성 라이온즈 구단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시즌으로 남을 것이다. 우선, 1948년에 개장한 대구 시민야구장을 뒤로 하고, 최신형 볼파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 시대를 열었다. 1만명 수용 규모의 낡은 구장을 떠나, 삼성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라이온즈의 명성에 걸맞은 2만4000석 새구장을 갖게 됐다. 삼성 구단 모기업이 총 사업비 1666억원 중 500억원을 분담할 정도로 새구장 건립에 의욕적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신형 구장에서 맞은 첫 해에, 1982년 팀 출범 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KBO리그 10개팀 중 9위. 막내 구단 kt 위즈를 빼면 사실상 최하위다. 직전 시즌까지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랐던 삼성이기에, 더 충격적이고 믿기 힘든 결과였다.
대구 시민야구장 시절 최다 관중은 1995년의 62만3970명(평균 9904명). 워낙 작은 구장이다보니 흥행에 한계가 있었다. 새구장 효과는 첫 해부터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 85만1417명(포항경기 포함), 경기당 1만1825명을 동원해 역대 최다 관중기록을 고쳐 썼다. 지난해 52만4971명보다 32만6446명, 약 62%가 늘었다. '라팍'에서 열린 66경기에 80만4629명-평균 1만2191명, 포항구장에서 개최한 6경기에 4만6788명-평균 7798명이 찾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 현재 대구 총인구가 248만7829명이니, 시민 10명 중 3명이 '라팍'을 찾은 셈이다.
2015년 입장 관중이 KBO리그 10개팀 중 8위였는데, 2016년에는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5위로 뛰어올랐다. 입장권 수입은 더 극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48억6079만8400원에서 104억7627만5800원으로 폭등했다. 무려 116%가 상승해 LG(133억1903만원8200원), 두산(128억501만3636원)에 이어 3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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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다가오는 새 시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겨울 삼성은 좌완 선발투수 자원 차우찬, 4번 타자 최형우를 떠나보냈다. 언더핸드스로 투수 우규민,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했으나, 지난해보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해졌는데, 국내 선수를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전력은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김한수 신임 감독은 "새로원 자원을 발굴해 중용하겠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선수 육성을 통한 전력 강화가 바람직하긴 해도 시간이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삼성 구단은 '라팍' 시대를 준비해왔다. 새구장 개장이 모기업 의존을 줄이면서, 구단 자립경영으로 가는 출발점으로 인식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야구단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성적에 목말랐던 시절에는 전력강화를 위해 다른 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할 투자를 했지만, 효율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라이온즈를 제일기획 산하에 둔 것도, 이런 밑그림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최근 삼성은 마케팅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삼성이 전력 유지를 위한 투자를 줄이면서, '제일주의' 또한 폐기된 듯 하다. 성적보다 모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쏟는 분위기다. 이제 우승보다 돈이 우선이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 구단에 선물같은 '라팍'은 동시에 엄청난 과제를 안겼다.
모두가 삼성을 주시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삼성 라이온즈 연도별 관중-관중수입
연도=경기=입장관중=평균관중=관중수입
2010=66=45만5246=6898=23억7677만원
2011=67=50만8645=7592=33억5065만원
2012=66=54만4859=8255=44억6558만원
2013=64=45만1483=7054=41억683만원
2014=64=50만5045=7891=49억7482만원
2015=72=52만4971=7291=48억6079만원
2016=72=85만1417=1만1825=104억762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