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진욱 감독의 어려운 숙제, 선발진 어떻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1-02 11:18



과연 kt 위즈 김진욱 신임 감독은 팀의 가장 중요한 뼈대 틀을 어떻게 짤 것인가.

2017년의 해가 밝았고, 김진욱 감독도 이제 진짜 새출발을 시작하게 됐다.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 구성에서부터, 시즌 전체 구상까지 할 일이 많다.

한 시즌을 치르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게 선발 로테이션 구성이다. 5인 선발이 무리 없이 돌아가줘야, 안정적으로 시즌 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김 감독의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없다. 아직 외국인 선수가 확정돼지도 않은 데다, 좋은 선수가 온다 해도 나머지 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 지 선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잘하든, 못하든 외국인 선발이 3명이었지만 올해부터는 2명밖에 쓸 수 없다.

먼저 외국인 선수. kt는 현재 새 투수 돈 로치를 영입했다. 남은 한 자리는 초특급 에이스를 데려온다고 했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 헥터 노에시(KIA 타이그저)급 투수 말이다. 그런데 이 작업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돈, 선수 자원 문제 모두 걸림돌이다. 최악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라이언 피어밴드와의 재계약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로치의 활약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믿음 가는 1선발 투수 없이 시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도 괜찮다. 남은 세 자리를 채워야 한다. 딱 이 선수가 선발이라고 하기에 떠올릴 만한 선수가 없다. 지난해 경험으로 성장한 주 권이 왜 빠지냐고 할 수 있다. 물론, 주 권은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확률이 가장 높은 토종 선발이다. 지난 시즌 초반 보여준 제구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문제는 체력. 여름철 지치기 시작하며 구속이 뚝 떨어졌다. 아무리 제구가 좋더라도 130km대 속구로는 어렵다. 과연 비시즌 동안 주 권이 어떻게 시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천지차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두 자리는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당장, 승수 쌓기에 집중한다면 그나마 경험 많은 좌완 정대현 카드가 1순위다. 그런데 정대현은 도무지 성장할 기색을 보여주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 시절 이어 지난해 충분한 기회를 받았다. 소위 말하는 긁히는 날에는 무섭지만, 그 날이 자주 안오니 문제다. 그나마 정대현을 잘 아는 김 감독이 새 감독으로 왔다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름값으로는 엄상백도 유력 후보다. 하지만 엄상백은 70개 정도 투구수를 기록하면 힘이 확 떨어진다. 불펜으로 키우는 게 맞다는 의견이 구단 내에서 이전부터 모아졌다. 그래도 3~4이닝 초반부터 확실히 막을 투수가 필요하다면 엄상백의 유혹을 지나치기 힘들다.

아니면 정성곤, 박세진, 류희운 등 유망주들에게 아예 기회를 주는 방법도 있다. 이는 김 감독이 올시즌이 아닌, 팀을 위해 길게 보고 갈 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정성곤은 지난해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지만, 초반 몇 경기가 풀리지 않자 자신감을 잃고 기회를 얻지 못한 케이스다. 올해도 초반 기회를 잡는다면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게 숙제인데, 이는 감독이 인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싸움이다. 박세진과 류희운도 냉정히 아직 1군 풀타임을 뛸 실력과 체력은 아니지만, 키워 성공할 가능성이 보인다면 과감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불펜으로 잘 뛰던 고영표와 심재민 선발 전환도 생각해볼 수 있는 카드다. 이는 두 사람이 자리를 비웠을 때, 불펜 운용이 수월할 수 있을 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두 사람은 좌-우 핵심 필승조 역할을 해야하는 선수들이다.

윤근영, 이상화, 김사율 등 베테랑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도 보편적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팀 기조상 이 카드는 쉽게 꺼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가 선발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올시즌 성패 뿐 아니라, 팀의 미래 방향이 결정될 수도 있다. 김 감독이 받아든 첫 숙제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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