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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때도 뜨거웠지만, 스토브리그에선 더 뜨겁다.
지난 달 KIA 타이거즈와 4년간 100억원 FA(자유계약선수) 계약. 최형우(33)는 KBO리그 최초로 '몸값'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2002년 프로 생활을 시작해 15년 만에 얻어낸 땀의 결실이다. 이번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선 최형우는 요즘 바쁘다. 거의 매일 열리는 시상식의 주인공이다. 이미 수상했거나, 수상을 기다리는 타이틀이 무려 8개다.
축하받을 일이 워낙 많다보니, 이곳저곳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최형우는 "밥도 많이 사고, 술도 많이 샀다. 술자리가 갑자기 많아져 속이 깜짝 놀랐는지 요즘은 힘들다. 약속 취소하고 시상식이 끝나면 숙소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스포츠조선 회의실에서 만난 최형우는 "KIA에 김기태 감독님이 계셔서 더 설렌다. 그 밑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 삼성도 적극적이었을 텐데, KIA행을 결심한 이유가 있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학창시절엔 남들처럼 프로선수가 돼야지, 성공해야지, 그런 큰 꿈이 없었다. 중학교 때는 야구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사실 프로에 가겠다는 생각도 못 했다. 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야겠다는 마음에 급하게 프로로 진로를 바꿨다. 며칠 전 KIA 유니폼을 받고 신기했다. 파란 유니폼만 있다가, 빨간 유니폼을 입으니 약간 어색했다. 거울을 비친 모습을 몇번이나 봤다. 한 30분 지나니까, '괜찮네' 하고 생각했다. 새 유니폼을 입은 내 모습을 보면서, 책임감을 떠올렸다.
-이전부터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생각해봤나.
사실 삼성을 떠난다는 것도, FA가 될 거라는 생각도 못 해봤다. 예전에는 내가 정말 FA가 될 수 있을까 의심했다. 삼성에서 당연히 야구를 계속하는 걸로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삼성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KIA는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팀이다. 막연하게 한번쯤 거기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KIA에 아는 선수가 많다.
-해외리그 진출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는데.
진짜 아쉬웠다. 처음부터 (해외구단에서)관심을 안 보였다면 괜찮았을텐데. 최근 1~2년, 특히 올해 관심을 보인 팀이 많았다. 한번쯤 남들이 꿈꾸는 곳에 가볼 수 있나 살짝 기대했다. 하지만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아쉽긴 해도,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해외에 나갈 정도의 레벨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여러가지를 따져보니 부족한 게 많았다. 메이저리그를 잘 모르지만, 데이빗 오티스(보스턴 레드삭스 은퇴)를 좋아했다. 경찰에서 전역해 삼성으로 다시 갔을 때 34번을 달았다. 오티스 영향이 있었다. 오티스는 타석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빠져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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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삼성에서 방출됐을 때다. 경찰야구단에 합격하고, 2년간 세상과 단절하려고 했다. 상무에 지원했는데, 방출 선수는 제외시켰다. 실기를 보러갔을 때 방출 선수는 옆으로 빠지라고 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마침 경찰에서 방출된 선수 중 기량좋은 선수를 뽑아 운 좋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2년간 잡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야구만 하자고 다짐했다. 전역 후 7개 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삼성을 선택했다. 거기 친구, 동료들이 있어 오로지 그것만 생각했다. 1군에 가고 싶었다. 갈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됐고, 또 성공하고 싶었다. 이걸 이루려면 새 팀보다 예전에 있었던 삼성에서 편하게 야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삼성에서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반면, KIA는 최근 몇 년간 부진했다. 밖에서 본 KIA는 어땠나.
최근 1~2년간 분위기가 너무 좋아보였다. 선수들이 밝았다. 야구장에 나와서도 즐기면서 재미있게 야구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성적에 주눅들지 않고 열심히, 재미있게 웃어가면서 하는 게 보였다. 야구 외적으로 잘 돼 있고, 좋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선수들이 김기태 감독님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잘 안다. 김기태 감독님이 계셔서 더 설렌다. 그 밑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FA 100억원 계약의 상징적인 의미가 큰지만, 한쪽에선 몸값 폭등을 걱정한다.
'거품'이라는 기준에 정답이 없다. 한쪽에선 '많다, 말도 안 된다'고 하고, 다른쪽에선 소수지만 '인정하자'고 한다. 선수 입장에서, 건방지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노력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 FA가 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그냥 돈 많이 받았다고, 야구 몇년하고 엄청난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FA가 되려면 9년(고졸 선수 기준)을 뛰어야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 미친듯이, 기록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운동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자격이다. 9년을 연속으로 채워 FA가 되는 선수는 극히 소수다. 나도 여기까지 오는 데 15년이 걸렸다.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노력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