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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형우-차우찬 놓치고 우규민-이원석 잡은 삼성, 정말 재도약 의지 있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12-07 20:54


FA로 KIA 타이거즈에 이적한 최형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김동환 사장과 악수하고 있는 우규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이 오키나와에서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4번 타자 최형우(33)가 라커를 비운데 이어, 좌완 선발투수 차우찬(29)도 사실상 작별을 고했다. 지난해 내야수 박석민이 NC 다이노스로 떠나더니, 올해도 투타 주축 전력이 빠져나갔다. 두 선수에게 함께하고 싶다고 했던 김한수 신임 감독(45)은 구단에 꼭 잡아달라고 부탁했으나, 허탈하게 물러서게 됐다. 움켜쥐고 있던 주먹이 풀려 모래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전력이 흩어진다.

올시즌 KBO리그 10개팀 중 9위.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팀 출범 후 최악의 나락에 떨어진 삼성 라이온즈가 스토브리그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든든한 자금력을 토대로 최강 전력을 구축했던 삼성다운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마이너스다.

'떠난 전력'과 '새 전력'의 몸값부터 보자. 내부 FA 최형우는 최근 KIA 타이거즈와 4년-100억원(구단 발표 금액)에 계약했다. 삼성과 협상이 결렬된 차우찬은 LG 트윈스 이적이 유력하다. LG가 4년 기준으로 총액 100억원이 넘는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찬의 에이전트가 윈터미팅에 참가해 메이저리그 팀과 접촉할 예정이지만, 국내 잔류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최형우와 차우찬, 두 선수의 몸값을 합하면 200억원이 넘는다.

'새 전력'으로 '누출된 자원'의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지난달 외부 FA 내야수 이원석(30)을 영입한 삼성은 지난 5일 언더핸드스로 투수 우규민(31)을 데려왔다. 이원석은 4년-27억원, 우규민은 4년-65억원에 사인했다. 두 선수 모두 즉시전력 자원이긴 해도, 이번 FA 시장에서 주목받은 전력은 아니었다. 투타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원석을 데려오면서 '12년 만의 외부 FA 영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옹색하게 들린다. 전력 강화를 위한 의욕적인 투자가 아니라, 최형우-차우찬 유출에 따른 '궁여지책'이라고 봐야 한다. 몸값에 선수 가치가 온전히 담겨있다고 보긴 어려워도, 현재와 미래 가치가 들어가 있다. 엄청난 몸값 불균형이다.

전력을 대차대조 해보자. 우규민은 이번 시즌 LG 트윈스 소속으로 6승11패-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했다. 허리 부상에 따른 구위 저하로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지키지 못했다. 시즌 후반에 부진해 전력에서 사실상 제외되기도 했다. 김한수 감독은 우규민에 대해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
두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이원석.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다"고 했는데, 차우찬이 해준 역할까지 기대하긴 어렵다. 차우찬은 올시즌 24경기에서 등판해 12승6패-평균자책점 4.73을 마크했다. 확실한 선발 자원이었다.

이원석은 내야 전 포지션에서 활용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그의 가세로 삼성 내야진이 탄탄해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원석은 2년간 상무에서 뛰다가 지난 9월 전역해 두산 베어스에 합류했다. 입대전까지 풀타임 주전 선수가 아닌 내야 백업이었다. 최형우와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렵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한 최형우는 최근 3년간 112홈런-357타점을 쏟아낸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다.

삼성은 이번 겨울에 10승 이상이 가능한 선발 투수,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이 기본인 4번 타자를 잃었다. 삼성팬들은 최악의 부진을 경험한 삼성이 의욕적으로 전력보강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는데, 끝내 전략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시즌 재도약 의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라이온즈의 스토브 리그다.

아무리 육성을 강조해도 지금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내년 시즌에도 하위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올시즌 9위가 굉장히 낯설다고 했는데, 만년 하위권 팀으로 고착될 수도 있다. 2011년부터 페넌트레이스 5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한 삼성, 리그를 쥐락펴락했던 '큰 손' 라이온즈의 빛났던 그 때가 아주 오래전처럼 느껴진다.


지난해 12월 삼성 구단은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갔다.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이를 기점으로 추락했다. '제일주의'를 버린 삼성은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 걸까. 많은 야구인들이 삼성 야구단을 지켜보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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