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죠. 아픈데 어떻게 안 뛰어요."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도 변수 중 하나다. 하지만 두산 선수들의 투혼이 빛났다.
올해 두산 벤치를 가장 철렁하게 했던 장면은 지난 2차전 박건우의 부상이었다. 8회말 두산 공격. 3루 주자로 있던 박건우가 상대 폭투때 홈으로 파고 들었는데, 커버를 들어오던 NC 해커가 점프 착지 과정에서 박건우의 무릎 윗 부분을 밟았다. 박건우는 잠시동안 일어나지 못하며 통증을 호소했다.
박건우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아프긴 정말 아팠다. 그런데 어떻게 안 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절친한 친구인 정수빈을 배려한 부분도 있었다. 박건우는 "경기 후반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교체 투입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빈이가 큰 경기 경험은 많아도 내가 부상으로 빠지고 나서 들어가면 부담을 느낄까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감독은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자기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더라. 나중에 중계 하이라이트를 보니 카메라를 향해 'OK' 사인까지 보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에도 양의지와 정수빈이 통증을 참고 뛴 활약이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와 작년은 또 다르다.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 짓고 한국시리즈부터 시작한 올해와 달리, 지난해에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힘든 상대들과 싸우며 올라가느라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었다.
그런 와중에 안방마님 양의지의 부상은 내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NC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오른쪽 발을 맞았던 양의지는 발가락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다. 당장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어도, 앉아 있는 동작이 많은 포수에게는 부담스러운 통증이었다.
그러나 양의지는 진통제 투혼을 마다하지 않았고, 김태형 감독은 그런 주전 포수에게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굳은 신뢰를 내보였다. 양의지가 없었다면 지난해 우승이 조금 덜 수월했을 수도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 정수빈도 부상을 안고 뛰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번트를 시도하다 왼쪽 손가락 열상을 입었고, 곧바로 6바늘을 꿰맸다. 2차전에서도 결장했다. 큰 경기에 강한 정수빈의 부상은 당시 무척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전으로, 한 경기 만에 복귀한 정수빈이 다시 펄펄 날아다녔다. 시리즈에서 14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 2볼넷 타율 0.571로 '미친 활약'을 펼치면서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치열한 포지션 경쟁도 아픈 선수들을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특히 두산처럼 선수층이 두꺼운 팀에서는 작은 공백이 또다른 기회를 만든다. 마냥 안심하고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우승의 맛을 본 선수들은 다르다. 2년 연속 부상 투혼이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