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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에어 재환"
타율 3할2푼5리에 홈런이 무려 37개, 타점이 124개네요. 한 팀의 4번 타자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리고 2차전에서 결정적 홈런을 때려냈고, 3차전에서도 선제 결승 솔로홈런을 쳤습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2차전 9회 무사 1루에서 테임즈의 날카로운 타구를 그대로 점프, 캐치한 뒤 외야 펜스에 몸을 부딪혔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김재환은 2008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두산에 입단했습니다. 정말 촉망받는 유망주였습니다. 신체조건이 탁월했고, 타격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수로 주전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2015시즌 직전 포지션을 변경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당시 미야자키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김재환은 "포지션도 변경했어요.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고 있습니다"고 했지요.
의례적인 멘트가 아니었습니다. 눈에는 절실함이 가득했습니다. 독하기로 유명한 김태형 감독도 김재환의 이런 태도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20홈런 이상을 충분히 때려낼 수 있는 타자라는 칭찬과 함께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지요. 문제는 수비였습니다. 특히, 결정적 상황에서 실책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격에도 영향이 가더군요.
결국 시즌 초반 1루수로 출전하던 김재환은 때로는 지명타자로, 때로는 2군에 내려가며 그 해를 정리했습니다. 총 48게임에 출전했지요. 1루 선발 출전은 31차례였습니다.
올 시즌 전 전지훈련에서 김재환의 수비 포지션은 외야수였습니다. 선수생명을 걸고 또 다시 포지션을 변경했습니다.
여전히 그는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순진한' 독기가 아니었습니다. 1년의 실패, 거기에서 숙성된 모습. 1군 무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독기가 아닌 여유와 절제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절실함을 깨달았습니다.
시즌 초반, 그는 너무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혹자는 '매년 나오는 반짝 스타'라는 시각으로 볼 수도 있었습니다.
김태형 감독이 그러더군요. "올 시즌 이 페이스가 길게 갈 것 같다. 유도하는 공과 때려야 하는 공을 구분하고 있다. 커트 능력도 상당히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는 두산의 막힌 '혈'을 뚫었습니다. 두산의 가장 큰 고민은 토종 거포였습니다. 공수주에 능한 센스가 넘치는 선수들은 많았지만, 4번을 맡을 수 있는 믿을 만한 거포가 부족했습니다.
김재환의 자리였습니다. 수비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냉정히 말해 아직까지 타격의 장점으로 수비 약점을 메우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수비의 안정감이 타격의 폭발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극심한 투고타저'의 포스트 시즌입니다. 하지만 김재환은 3차전까지 2개의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그것도 사실상 승패를 결정짓는 숨막히는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재환은 보우덴과 함께 인터뷰장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상대가 분석한 만큼, 나도 분석을 했다. 볼 배합이 예상한대로 들어와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요. 그는 이제 큰 무대도 충분히 통하는 선수가 됐습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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