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의 선발 야구는 강력하다. 2% 부족한 표현. 한마디로 완벽하다.
그의 표정은 우직하다. 두산의 이미지와 딱 맞는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비상하다.
팀동료들이 지어준 별명 중 '양사장'이라는 애칭이 있다. 워낙 뛰어난 투수 리드에 종업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사장님'같다는 의미에서 붙여준 별칭이다.
기본적으로 NC 간판타자 테임즈에 대한 대처가 능수능란하다. 테임즈의 약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다. 머리에서 가슴팍까지 오는 하이 패스트볼이다.
스윙 궤적 때문이다. 테임즈는 약간 어퍼 스윙이다. 때문에 하이 패스트볼이 들어오면 궤적 상 타격이 쉽지 않다.
투구와 타격의 궤적이 상극이다. 맞는다 하더라도 힘을 싣지 못하는 평범한 플라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하이 패스트볼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기는 쉽지 않다. 투수의 당일 컨디션과 공의 구위, 그리고 변화구와의 조화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한국시리즈에서 테임즈에게 집요하게 하이 패스트볼로 공략한다. 테임즈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다.
3차전 보우덴은 1회와 4회 위기를 맞았다.
1회 컨트롤이 좋지 않았다. 힘은 있었지만, 던진 공은 높았다. 스트라이크 존 살짝 위가 아니라, 어이없이 높은 공들이 들어갔다. 2사 2루 상황에서 테임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양의지는 스플리터와 하이 패스트볼을 적절하게 섞었다. 그리고 하이 패스트볼로 테임즈의 시선을 유도한 뒤 삼진을 잡은 공은 한복판에 들어가는 스플리터였다.
보우덴은 위에서 찍어누르듯 던진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다.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의 궤적이 릴리스 포인트에서 비슷한 궤적을 그리다 변화된다. 이 부분을 노렸다.
4회 보우덴은 위기를 맞았다. 흐름이 좋지 않았다. NC는 이전 수비에서 테임즈와 김성욱의 호수비로 흐름을 살짝 끌고 왔다. 그리고 박민우의 우전안타와 나성범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또 다시 테임즈. 양의지는 역시 하이 패스트볼로 3루수 플라이 처리를 했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수순이다.
NC 베테랑 이호준은 예측 타격에 매우 능하다. 오랜 경험과 영리한 두뇌가 결합된 그만의 강점이다. 초구, 양의지는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요구했다. 그대로 이호준의 방망이는 헛돌았다. 2구는 역시 하이 패스트볼 헛스윙.
초구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보여주자, 하이 패스트볼에 대한 반응이 느려졌다. 결국 헛스윙 삼진.
경기가 끝난 뒤 보우덴은 양의지의 리드에 대해 "본능적(Instint)"이라는 표현을 썼다. 투수가 경기가 끝난 뒤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포수의 리드를 칭찬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자신과 함께 한 포수의 리드에 대해 칭찬하면서 팀워크를 강화한다. 설령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리드를 했다고 해도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우덴은 훨씬 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본능적'이라는 단어에는 타자가 무엇을 노리고 어떻게 대처해 볼 배합을 해야하는 지 안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대한 순수한 감탄의 의미로 나온 발언이다.
확실히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양의지의 포수 리드는 인상적이다. 두산의 강력한 선발 야구에 날개를 달고 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