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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왕' 오승환의 미국 출사표, "신인처럼 던진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2-11 10:51


"신인 때처럼 던져야죠."

'더 파이널 보스(the final boss)'.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한 '끝판왕' 오승환을 미국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경기 막판에 엄청난 위압감을 전해주던 오승환의 위용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끝판왕, 더 파이널 보스가 이제 본격적인 메이저리거 사냥에 나섰다. 여전히 넘치는 자신감으로 미국 무대 연착륙에 대한 확신을 던졌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한 오승환이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했다. 오승환이 출국 전 취재진에 인사를 하고 있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와 1+1년 최대 1천100만 달러(약 132억5천만원)에 계약했다.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2013년까지 9시즌 동안 277세이브를 올리며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를 평정한 오승환은 한신 타이거즈에서 127경기에 등판, 136 이닝을 던지며 4승 7패 80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2.11/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1+1년 최대 1100만달러(한화 약 132억원)에 계약한 오승환이 팀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했다. 오승환은 11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비로소 미국에 간다는 실감이 난다. 야구장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출사표를 밝혔다.

세인트루이스는 18일(한국시각)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스프링캠프를 개시한다. 투수조와 포수조가 먼저 모인다. 오승환은 이 시점에 최적의 몸상태로 합류하기 위해 일주일 먼저 출국을 결심했다. 그는 "일본에 갈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어제 출국을 위한 짐을 싸면서 비로소 '아, 이제 나 가는구나'하는 느낌이 몰려왔다. 새로운 각오로 더 잘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실 오승환의 메이저리그행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선들이 있다.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 반열에 오른 오승환은 2013 시즌을 마치고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해 일본 프로야구마저 평정했다. 2년 연속으로 구원왕에 올랐다. 야구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영예와 명성을 누렸던 것.

하지만 스스로 자기 얼굴에 먹칠을 했다. 지난해 말 해외 불법 원정도박에 연루된 것이 사실로 드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 건 아니다. 그러나 국내 팬들은 오승환의 비도덕성에 크게 실망했다.

오승환 역시 이런 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더욱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당연하다. 팬들에게 실망을 시켜드렸기 때문에 더 준비를 많이 했다. (일본보다) 더 큰 무대로 가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하겠다"면서 "야구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오승환이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강력한 구위에 있었다. '돌직구'로 불리는 포심패스트볼 자체의 위력이 뛰어나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유형이었다. 변화구는 그다지 다양한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무대는 또 다르다. 아시아 타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체구와 힘을 지닌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오승환의 '돌직구'가 잘 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패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신구종'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기존 구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오승환의 메이저리거 상대법이었다.


오승환은 "새 무기를 만드는 것보다 지금의 구종을 가다듬는 게 더 중요하다. 아직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해보지는 않았지만,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포수와 상의해서 (레퍼토리를)결정하겠다. 포수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당장 완성도가 높지 않은 신무기를 장착하느니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준비는 국내에서 진행된 훈련의 결과다. 오승환은 국내 훈련에 대해 "날씨가 추웠는데, 개인적으로는 신인때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했다. 외부날씨는 추웠지만, 그간 실내 훈련장 등을 찾아다니면서 훈련해왔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대호 등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대거 진출한 한국인 동료들에 대해서는 "이대호나 저나 마찬가지다. 지금 여러 생각을 할 겨를은 없다. 다들 부상없이 잘 했으면 좋겠다"면서 "나 역시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다. 세인트루이스가 강팀이기 때문에 나중에 큰 경기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오승환은 보직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잊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붙박이 마무리였지만,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마무리 보장을 받지 못했다. 일단은 셋업맨으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관해 오승환은 "보직은 상관없다. 7회에 나가든 8회에 나가든 똑같이 내가 나가는 때를 9회라고 생각하고 똑같이 던지겠다. 스프링캠프에서 팀에 빨리 적응하는 게 숙제다. 감독님이나 단장님이 모두 팀워트를 중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이널 보스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무대에서까지 통할 지 주목된다.


인천공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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