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내 오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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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시애틀과의 계약을 공식 발표한 이대호는 5일 아침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시애틀 입단 소감을 취재진에게 밝혔다. 이대호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경쟁을 해야한다. 메이저리그는 오랜 내 꿈이었기 때문에 가서도 잘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 이번 계약은 그간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보여줬던 이대호의 위상에 비춰보면 초라하다고도 할 수 있다. 시애틀과 다년 계약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로스트(25인)가 보장된 것도 아닌 오직 스프링캠프 초청만 허용된 '마이너리그 단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 메이저리그에 올라 옵션을 채워야 최대 400만달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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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대호는 이런 악조건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있었다. 자신감도 넘쳐보였다. 이대호는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 다 마이너리거다. 결국 내가 못하면 마이너리그 계약인거고, 잘하면 메이저리그 계약이다. (스프링캠프에서)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면서 "계약을 맺을 때 사실 마이너리그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현재 시애틀에 지명타자는 좋은 선수가 있다. 1루수 경쟁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대호는 "개인적으로 운동을 많이 해서 현재 상태가 좋다. 많이 노력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경쟁을 이기고 메이저리거가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의 계약 조건은 아무래도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전 소속팀인 일본 소프트뱅크는 오 사다하루 회장까지 나서 재팬시리즈 MVP에 오르며 팀에 우승을 안긴 이대호를 붙잡기 위해 열의를 보였다. 연봉 5억엔(한화 약 50억원)에 다년 계약을 보장하겠다는 말도 나왔고, 최대 '3년-총액 15억엔(한화 약 150억원)'까지도 예상됐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를 깨끗이 포기했다. '꿈의 실현'을 위해서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메이저리그쪽에서의 평가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호는 "상관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다시 밑으로 내려오게 된 게 홀가분하다. 정상의 자리에 있으면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할 것만 해서 더 올라가는 모습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면서 "계약도 내가 오히려 단년을 원했다. 아무래도 그쪽(메이저리그)에서 다른 리그 성적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게 있다. 차라리 올해 잘해서 그 다음에 좋은 조건에 계약하면 된다"고 했다.
이제 이대호는 국내에 머물며 몸을 더 만든 뒤 시애틀 스프링캠프 시작 때에 맞춰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비자 문제가 남아있어 정확한 출국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시애틀 스프링캠프는 25일 야수진이 모여 26일부터 시작된다. 이대호의 새로운 도전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들게 될 전망이다.
인천공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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