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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용병 시대]외인 연봉 100만달러 시대 괜찮은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12-23 07:56


올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뛴 노에시. ⓒAFPBBNews = News1

FA(자유계약선수) '몸값 폭등'과 함께 KBO리그 구단들에 위기의식을 불어넣은 게 외국인 선수 연봉이다. 지난해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유명무실했던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21일 현재 환율기준) 연봉 상한선을 폐지하고,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 '둑'이 무너진 뒤 고액 연봉이 속출하고 있다. 이제는 연봉 100만달러는 되야 특급 선수대우라고 할만하다.

최근 한화 이글스가 에스밀 로저스와 190만달러(약 22억4000만원), KIA 타이거즈가 헥터 노에시와 170만달러(약 20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연봉 외에 옵션, 부대 비용까지 포함하면 200만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NC 다이노스는 에릭 테임즈와 150만달러(약 17억7000만원), 롯데 자이언츠는 조쉬 린드블럼과 120만달러(약 14억1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아직 협상중인 두산 베어스의 더스틴 니퍼트, 삼성 라이온즈의 야마이코 나바로 또한 100만달러 이상이 확정적으로 보인다. 공식 발표 기준으로 지난해 100만달러를 넘긴 선수는 총 3명이었다. 니퍼트가 150만달러, NC 찰리 쉬렉과 LG 트윈스 잭 한나한이 각각 100만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쉬렉과 한나한은 시즌 중간에 퇴출됐다. 니퍼트도 잔부상이 겹쳐 정규시즌에는 에이스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 주 삼성이 영입한 앨런 웹스터와 콜린 밸레스터가 상대적으로 저가 선수로 보인다. 웹스터는 85만달러(약 10억원), 밸레스터는 50만달러(약 5억9000만원)에 사인했다. 이제는 연봉 50만달러가 외국인 선수 최저 연봉이 된 것 같다.

외국인 선수 몸값 폭등, 연봉 100만달러 시대를 어떻게 봐야할까. KBO리그 시장 규모, 구단의 재정 상황을 보면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결국 구단들이 성적에 목을 매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물론, 이전에도 공식 발표 금액을 믿는 야구인은 거의 없었다.

문제는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선수까지 100만달러를 넘어 200만달러을 줘야하느냐다. 지난 시즌 후반에 합류한 로저스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해도 불확실한 면이 없지 않다. 노에시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8승(11패)을 거뒀다고 해도, 올해는 선발과 중간계투로 10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4패-평균자책점 6.89를 기록했다.

연봉 폭등의 주 원인 중 하나는 높아진 KBO리그 수준.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선수가 버텨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구단간의 영입 경쟁이 몸값을 끌어올린 면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 한국과 일본 구단이 찾는 외국인 선수 수준이 달랐다. 일본 구단의 제시액이 높아 경쟁이 안 됐다. 그런데 최근 KBO리그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 졌다"고 했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1년차 외국인 선수에게 특급 대우를 해주는 경우가 드물다.


한화 로저스
보유 선수, 출전 선수 제한도 몸값 상승의 주 요인이다. 활용이 가능한 외국인 선수 폭이 좁아 특정 선수에 매달리게 된다. 수준급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확실한 외국인 선수를 찾고, 실패 확률을 낮추려다보니 메이저리그 경력부터 챙겨보게 됐다. KBO리그를 선택한 선수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지만 빅리그에서 성공 가능성 떨어지는 선수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경우다.

구단이 이름값, 메이저리그 경력에 집착하다보니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요즘에는 연봉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한다.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량 미달로 판정이 나 퇴출시키더라도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또 외국인 선수 보유에 제한이 없어 선수를 자주 교체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 구단들은 시즌 초반 부진해도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들도 이런 특수성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천정부지로 몸값이 치솟은 FA보다 오히려 비슷한 금액의 외국인 선수가 낫다고 한다. 윤석민(KIA)을 비롯해 장원준(두산) 등이 연간 20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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