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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팀이 출범한 후 넥센 히어로즈는 늘 이질적인 존재였다. 든든한 지원군, 모기업을 두고 있는 KBO리그 다른 팀과 태생이 다르다보니 분주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끊임없이 생존을 고민하고, 현실과 싸우면서 한국 프로스포츠의 새 모델을 만들었다. 히어로즈는 최근 몇 년간 한국 프로스포츠의 연구대상이었다. 최근 KBO리그 구단들은 선수 육성을 강조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합리적인 팀 운영을 내세우고 있다. 이제 대세가 된 듯한 국면전환인데, 히어로즈가 오래전부터 추구해온 사안이다.
창단 초기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준비단계를 거쳐 펄쩍 뛰어올랐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가을야구가 당연해 보였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패권을 다퉜다. 이질적인 존재,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히어로즈가 강팀 대열에 합류했다. 요즘 화두가 된 프로팀의 자생력을 기준으로 볼 때 히어로즈는 최고의 경쟁력이 있는 팀이다. 규모가 가장 작은 팀이 최상급 성적까지 냈다. KBO리그 내 경쟁팀은 물론, 타 종목에서 히어로즈를 주목하고 있다. '재투성이 소녀', 히어로즈의 신데렐라 스토리다.
2011~2012년에 도약의 발판을 만든 히어로즈가 강팀으로 거듭나자 보는 눈이 달라졌다. 야구전문기업 히어로즈의 진면목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약자'를 응원하는 일반 정서를 넘어 경외감을 갖고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성적을 낼수록 히어로즈는 더 부담스러운 존재로 커갔다. '태생이 다른 작은 팀'이 프로야구 패러다임을 깨고 최강 전력으로 발돋움 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히어로즈의 대약진이 중하위권 기업구단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히어로즈와 비교가 된다는 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히어로즈가 다른 국면을 맞았다. 지난 겨울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입었는데, 올해는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했다. 강정호 박병호와 함께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유한준,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이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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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주전급 선수를 키워낸 히어로즈는 잠재력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 공백을 채우겠다고 했다. 선수 육성 시스템부터 정비했다. 히어로즈 에이스로 활약했던 브랜든 나이트를 투수 코치, 메이저리그 출신 지도자를 2군 감독으로 영입하는 등 육성 시스템을 뜯어 고쳤다. KBO리그 팀들이 시도해보지 못한 혁신이다.
팀 리빌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최하위 전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도 히어로즈가 맥없이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젊은 선수를 끌어올린 히어로즈다. 잠재력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기해 왔다. 개관적인 전력이 약화된 가운데 히어로즈가 내년에도 중위권 이상을 유지한다면, 분위기를 일신한 팜에서 새로운 선수가 나온다면 다른 팀들은 또 바짝 긴장해야할 것 같다.
'히어로즈 포비아'는 끝나지 않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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