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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실전형이라니까요."
'지존' 윤석민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막상막하였다. '초보' 타이틀을 떼기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과시한 선수는 노경은. 스윙 폼 자체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매우 예뻤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OB(Out of Bounce) 생산 전문가. 아주 예쁜 폼으로 친 공은 홀 좌-우측으로 사정없이 날아갔다. 노경은은 "독학으로 배운지 5년 정도인데, 드라이버가 불안정한게 약점이다. 그래도 쇼트게임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린 근처 어프로치는 매우 정확했다.
투구시 하체 중심 이동 원리가 골프와 비슷한 투수들은 확실히 부드러운 스윙을 하는 반면, 타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골프에서도 야구 스윙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구력이 오래된 이범호가 조금은 더 골프다운 스윙을 했는데, 쇼트게임에서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린 이쪽저쪽을 왔다갔다 했다. 대신 제대로 맞은 스윙의 비거리는 엄청났다.
이제 구력 1년을 갓 넘긴 정근우와 김주찬은 영락없는 야구 스윙을 했다. 상체가 일찍 일어나다보니, 공 윗부분을 때려 타구들의 탄도가 낮았다. 그래도 힘들이 워낙 좋아, 정타로 맞으면 공은 쭉쭉 뻗어나갔다. 정근우는 상대의 심리를 흔드는 '트래시 토킹'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김주찬은 엉성한 폼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버디, 파를 기록하며 동반자들을 놀래켰다. 김주찬은 "연습은 거의 안한다. 필드에 나와 치는 게 전부다. 나는 실전형"이라며 웃었다.
경기 전 분실을 우려해 공을 한박스나 구입한 유희관은 "살만 빠진 것 같다. 여기저기 공 주우러 다니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주찬은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후반 라운드는 정말 잘쳤다"고 자평했다. 정근우는 110타를 기록했는데 "중간 휴식을 취하며 막걸리를 마신 후 급격하게 무너졌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춘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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