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시장에서도 한화 이글스가 '큰손'이었다. 내부 FA인 김태균(84억원)과 조인성(10억원)을 잡더니 외부 FA로 정우람(84억원)에 이어 심수창(13억원)까지 잡았다. 이들 네 명을 잡는데 총 197억원을 투자했다. 당장 한화는 내년 시즌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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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심수창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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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태균과 조인성, 그리고 정우람의 영입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그런데 심수창은 다소 의외의 영입이다. 분명 좋은 잠재력을 지닌 우완 투수이긴 해도 그간 확실히 보여준 커리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4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심수창은 LG에서 7시즌을 보낸 뒤 넥센에서 2년(2011~2012)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롯데에서 또 두 시즌을 보냈다. 프로 통산 11시즌 동안 268경기에 나와 33승61패 16홀드 10세이브에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했다. 그간 커리어 하이 시즌은 10승9패에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한 2006년 LG 시절이었다.
이런 심수창을 한화는 4년간 13억원에 영입했다. 최근 FA의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금액이긴 하다. 심수창이 한화에서 성적만 낸다면 분명 최고의 '착한 FA'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화가 심수창을 영입한 진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여기에는 김성근 감독의 의중이 꽤 크게 담겨있다.
사실 심수창의 FA 계약은 이미 지난 29일 밤에 확정됐다. 정우람과 함께 발표하기 위하 하루 늦췄을 뿐이다. 29일 밤 심수창의 FA 영입 확정을 보고 받은 뒤 김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심수창의 장점과 향후 운용계획에 대해 털어놨다. 가장 주효한 원인은 심수창이 한화 투수진에 없는 떨어지는 변화구, 특히 포크볼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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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롯데와의 경기에 앞서 한화 김성근 감독이 비의 양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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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심수창에게는 우리 투수들에게는 없는 떨어지는 변화구가 있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다. 또 앞서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송신영과 마찬가지로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투수이기도 하다"면서 "의외로 스카우트들과 코치들에게서 좋은 평가가 많이 나왔다. 몇 가지만 가다듬는다면 좋은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전부터 자기만의 특별한 장점을 지닌 선수들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곤 했었다. 올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도 선수들에게 "프로는 결국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살아남는다. 지금 우리 투수진 중에서 포크볼같은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거의 없다. 이것만 개발하더라도 그 투수는 자기 자리를 확실히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했었다. 올해 좋은 모습을 보인 신인 김민우가 포크볼을 던지긴 하지만 아직 완성도는 떨어진다. 결국 김 감독은 한화 투수진에는 없는 포크볼러를 원했고, 그 결과 심수창을 영입한 것이다.
더불어 심수창의 영입은 내년 시즌 초반 한화 투수진의 운용 청사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내년 시즌 초반 한화는 선발요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 배영수와 이태양이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데, 시즌 초반 합류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선발 2명에 안영명 김민우 송은범 정도가 남는데, 토종 투수 3명의 컨디션과 구위가 어느 정도로 완성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카드들이 아니다. 때문에 가능한 한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투수들이 많은 편이 투수 운용 계획을 세우는 데 유리하다. 송신영에 이어 심수창을 영입한 또 다른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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