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베테랑 포수 집결, 한화의 빛과 그림자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1-30 10:46


포수난에 허덕이던 한화 이글스가 어느새 '베테랑 포수 집합소'가 됐다.

한때 각 팀의 주전급 포수로 활약했던 인물들이 3명이나 한화에 모였다. FA 재계약에 성공한 조인성(40)에 지난해 트레이드로 데려온 허도환(31), 그리고 과거 KIA 타이거즈의 주전포수였던 차일목(34)까지. 이 세 포수들의 누적 출전 경기를 합치면 3000경기가 넘는다.(허도환-444경기, 차일목-731경기, 조인성-1856경기, 총 3031경기) 포수의 중요한 자산이 경험이라고 보면 한화 포수진은 엄청난 자산을 쌓아놓은 셈이다. 당장 내년 시즌 안방의 안정화가 예상된다.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2사 2루서 한화 송은범이 LG 임훈을 외야플라이 처리한 후 포수 조인성과 주먹을 맞추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un.com / 2015.10.02.
하지만 이렇게 경험많은 포수들이 전부 모인 것을 무조건 좋게만 볼 수는 없다. 어차피 세상 일이 대부분 그렇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다양한 경험과 투수 리드 유형을 지닌 포수들이 팀에 큰 힘을 보탤 수는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래 자원 육성'이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무척 답답한 일이다. 포수들의 집합이 만든 '그림자'다.

무시 못할 커리어의 힘

사실 포수는 야구의 전체 포지션 중에서 가장 할 일이 많다. 기본적인 투수 리드부터해서 안정적인 볼 캐치, 바운드 블로킹, 도루 저지 송구, 수비진의 위치 조정 등 경기 중에 정말 많은 임무를 맡고 있다. 그래서 포수는 전체 포지션 중에서 가장 키워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포수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경험'은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어봐야 한다.

베테랑 포수들은 이런 과정을 겪었다. 올해 2차 드래프트로 한화에 합류한 차일목이나 지난해 트레이드로 온 허도환, 그리고 FA 조인성까지. 모두 과거 소속팀에서 주전급이었다. 비록 차일목과 허도환이 30대, 조인성이 40대라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어린 선수들에 비해 노련미는 압도적이다.


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2회말 1사 1,2루 손주인 타석때 한화 포수 허도환이 조인성으로 교체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8/
이는 한화의 젊은 투수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이 어린 투수들이 노련한 포수를 만나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올해 가능성을 보인 신인 투수 김민우 역시 조인성의 안정감있는 리드 덕분에 큰 도움을 얻었다. 이런 점 때문에 한화 김성근 감독도 이미 조인성 허도환에 정범모까지 있는데도 차일목을 2차 드래프트로 잡은 것이다. 김 감독은 "차일목은 커리어가 있는 포수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선발 다변화, 트레이트 카드. 열린 가능성


하지만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수 자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문제다. 어차피 정규시즌 중 포수엔트리에는 2명이나 많게는 3명까지 밖에 들어갈 수 없다. 한화에는 이들 베테랑 포수 3인방 외에 정범모도 있다. 또 올해 외야수로 잠시 변신을 꾀했던 박노민도 다시 포수로 돌아왔다. 교통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이런 상황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긴박했던 스토브리그의 수싸움 때문이었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사실 FA로 조인성을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혹시 조인성이 다른 팀으로 가게 된다면 당장 포수 전력이 너무 약히진다. 대비를 해야 했다"며 차일목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차일목은 결국 '조인성 이탈 시 보험용'이었던 셈이다. 이런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한화가 해야할 것은 넘치는 포수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다. 몇 가지 상황을 미리 떠올려 볼 수 있다. 일단은 베테랑 포수진을 모두 활용해 선발 투수별로 일종의 '맞춤형 포수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혹은 체력 등을 감안해 빠른 타이밍에 포수 자원을 교체해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일단 스프링캠프까지 무한 경쟁으로 포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린 뒤 내년 시즌 초반 트레이드 카드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떠올려 볼 수 있다. 어차피 포수는 인기많은 '매물'이다. 트레이드 카드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전부 데리고 쓰기 곤란하다면 과감히 용도를 바꿔 선수 본인과 구단이 모두 이득을 얻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하게 베테랑 자원을 활용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고민이 있다. 바로 미래의 한화를 힘있게 이끌어 갈 젊은 유망주 포수가 제대로 클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포수가 성장하려면 경험이 필수다. 그러나 베테랑들이 1군 자리를 전부 차지하는 한 유망주가 기회를 얻을 일은 많지 않다. 이 또한 한화의 고민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