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난에 허덕이던 한화 이글스가 어느새 '베테랑 포수 집합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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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 못할 커리어의 힘
사실 포수는 야구의 전체 포지션 중에서 가장 할 일이 많다. 기본적인 투수 리드부터해서 안정적인 볼 캐치, 바운드 블로킹, 도루 저지 송구, 수비진의 위치 조정 등 경기 중에 정말 많은 임무를 맡고 있다. 그래서 포수는 전체 포지션 중에서 가장 키워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포수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경험'은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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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다변화, 트레이트 카드. 열린 가능성
하지만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수 자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문제다. 어차피 정규시즌 중 포수엔트리에는 2명이나 많게는 3명까지 밖에 들어갈 수 없다. 한화에는 이들 베테랑 포수 3인방 외에 정범모도 있다. 또 올해 외야수로 잠시 변신을 꾀했던 박노민도 다시 포수로 돌아왔다. 교통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이런 상황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긴박했던 스토브리그의 수싸움 때문이었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사실 FA로 조인성을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혹시 조인성이 다른 팀으로 가게 된다면 당장 포수 전력이 너무 약히진다. 대비를 해야 했다"며 차일목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차일목은 결국 '조인성 이탈 시 보험용'이었던 셈이다. 이런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한화가 해야할 것은 넘치는 포수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다. 몇 가지 상황을 미리 떠올려 볼 수 있다. 일단은 베테랑 포수진을 모두 활용해 선발 투수별로 일종의 '맞춤형 포수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혹은 체력 등을 감안해 빠른 타이밍에 포수 자원을 교체해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일단 스프링캠프까지 무한 경쟁으로 포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린 뒤 내년 시즌 초반 트레이드 카드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떠올려 볼 수 있다. 어차피 포수는 인기많은 '매물'이다. 트레이드 카드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전부 데리고 쓰기 곤란하다면 과감히 용도를 바꿔 선수 본인과 구단이 모두 이득을 얻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하게 베테랑 자원을 활용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고민이 있다. 바로 미래의 한화를 힘있게 이끌어 갈 젊은 유망주 포수가 제대로 클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포수가 성장하려면 경험이 필수다. 그러나 베테랑들이 1군 자리를 전부 차지하는 한 유망주가 기회를 얻을 일은 많지 않다. 이 또한 한화의 고민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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