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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치로냐, 류현진이냐.
역대 아시아인 야수 가운데 포스팅 최고액은 이치로의 1312만 달러다. 오릭스에서 뛰다 시애틀 유니폼을 입으면서 원 소속팀에 당시로는 파격적인 엄청난 돈다발을 안겼다. 그런데 박병호는 이치로가 세운 기록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2012년말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새 둥지를 틀면서 한화에게 선물한 2573만7737달러를 넘어서느냐가 관심이라는 야구인들이 많다. 단순한 '설레발'이 아니다.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박병호를 보기 위해 10차례 이상 목동 구장을 찾은 구단만 5개 팀이다. 샌디에이고, 보스턴, 피츠버그, 텍사스, 클리블랜드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20번 넘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봤고, 시카고 컵스, 미네소타, 세인트루이스 등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또 텍사스와 워싱턴은 부산 원정 경기까지 가 박병호의 홈런 장면을 지켜봤고, 샌프란시스코는 창원 마산구장을 찾아 경기 전 박병호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류현진도 그랬다. 류현진이 예상 밖의 아주 높은 포스팅 비용을 기록할 수 있던 건 그 해 FA로 풀린 선수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다저스뿐 아니라 몇몇 구단은 선발진 강화를 위한 몇 안되는 방법 중 하나가 류현진이라고 판단해 엄청난 베팅을 했다. 여기에 다저스 못지 않은 빅마켓 구단이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이다. 하나 더, 류현진보다 1년 먼저 빅리그에 뛰어든 대만 출신 천웨인이 12승11패, 4.02의 평균자책점을 올리자 아시아 투수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를 과감한 투자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박병호의 상황도 류현진 때와 닮은 구석이 많다. 한 스카우트의 말대로, 이번 오프시즌 리그 안에서 FA로 영입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 반대로 마땅한 1루수가 없어 고민하는 팀은 여럿이다. 아울러 올 시즌 한 팀에서 뛰었던 강정호가 데뷔 첫해부터 성공 시나리오를 썼다. 빠른 공에 금세 적응하면서 놀라운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그것도 피츠버그 4번 타자로 출전하는 일이 잦았다. 히어로즈에서 5번을 치던 타자가 메이저리그 4번이라니. 클린트 허들 감독의 남다른 성향이 작용한 결과였겠지만, 그럴수록 박병호의 가치가 올라갔다. 그는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에 오른 타자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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