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했다.
이날 넥센전 해설을 맡은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삼성의 우승에 대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다. 삼성이 계속해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건 그만큼의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장과 프런트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삼성의 강점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삼성이 강한 건 현장과 프런트가 잘 협력해온 결과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으면서도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선수들을 발굴해냈다는 게 바로 삼성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 비해 훨씬 더 힘든 게 정규시즌 우승이다. 기나긴 시즌을 관리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류중일 감독은 평소 허허 웃는 것과는 달리 정말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의 과정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시스템 야구'가 매번 관심을 모았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정규시즌 연속 우승은 불가능하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견해다. 시스템이 구축되려면 프로세스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프로세스 없는 시스템이란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조직이든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소통이 필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의 군복무 프로세스다. 한국프로야구 환경에서 지도자들은 선수를 2군에라도 쌓아두기를 원한다. 반면 프런트는 미래 전력을 생각해야 한다. 소통과 협의가 있기에 삼성 라이온즈는 원활한 군 로테이션이 이뤄지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최고 히트작인 구자욱이 바로 원활한 소통과 프로세스의 증거다. 구단은 2012년 신인 구자욱에게서 미래 자원의 가능성을 발견한 뒤 1군 데뷔 이전에 상무 입대를 추진했다. 물론 감독과 협의한 끝에 이뤄진 일이다. 야수쪽에 자리가 없어 빨리 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남부리그 타격왕(0.357)에 오른 구자욱은 올해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처음 오른 뒤'신드롬'이라 불릴만한 활약을 펼쳤다. 역대 1군 첫해 최다인 23경기 연속안타 신기록을 세웠고 타율 3할4푼9리, 11홈런, 57타점, 17도루로 맹활약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박한이, 채태인, 박석민, 이승엽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구자욱이 우익수, 중견수, 좌익수, 3루수, 1루수 등 여러 포지션에서 빈 자리를 메워주며 큰 도움이 됐다. 구자욱의 활약은 다른 젊은 선수들과 중견급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고, 팀 전체의 활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박해민 역시 소통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육성선수 출신인 박해민은 2014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별다른 부상 없이 전훈 명단에 빠진다는 것은 유망주 평가를 받지 못했거나 그럴만한 기회 자체가 없었다는 뜻.
그런데 2014시즌 초반에 입대한 배영섭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정형식 이영욱 등을 기용했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이 없자 또다른 대체선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1,2군 지도자들이 소통한 끝에 박해민 카드를 골랐다. 전훈 멤버에도 빠졌던 박해민의 능력을 2군 지도자들이 알아챘고, 1군에 적극 추전했다. 박해민은 대주자로 출발해 대수비로 영역을 확장한 뒤 지금은 라이온즈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고 있다. '슈퍼 캐치'의 대명사가 됐고, 공격에서도 '번트 아티스트'란 닉네임을 얻었다. 만약 2군과 1군의 소통이 부실해 박해민이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면, 라이온즈의 중견수 수비 영역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년간 삼성 라이온즈는 배영섭, 이지영, 심창민, 박해민, 구자욱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냈다. 라이온즈와 관련,'주전 체제가 공고해 2군 선수가 비집고 올라갈 틈이 너무 적은 팀'이라는 시각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화수분 야구'가 진행된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의 중심에 류중일 감독이 있다. 그가 이런 소통의 대가가 된 데는 오랫동안 삼성맨으로 살아온 경험이 있었다.
오래 전 삼성은 소통이 되지 않는 팀이었다. 90년대 후반에도 외부 영입을 통해 훌륭한 선수들을 데려왔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목표를 이루지 못 했다. 소통이 없으니 프로세스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요원했다.
후회와 반성을 통해 2000년대의 삼성은 차츰 진화를 이뤘고, 2011년부터 류 감독 체제가 시작되면서 소통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류 감독은 올해 삼성에서만 29년째다. 오로지 파란 유니폼만 입고 선수, 코치, 감독을 지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보고 배웠다는 게 류 감독의 최대 강점. 팀의 과거와 현재를 잘 파악하고 있는 류 감독은 프런트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류 감독은 치열한 승부를 펼치면서도 항상 5년 후 미래를 생각한다. 그만큼 삼성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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