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군단이 시즌 막판 '진정한 에이스'를 얻었다. 한화 이글스를 포스트시즌으로 인도할 강력한 추진력이 생긴 셈이다. 새로운 외국인 선발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KBO리그 데뷔 후 2연속 완투승을 거두며 팀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데뷔 후 2경기 연속 완투승은 역대 KBO리그 최초 기록이다.
등장하자마자 KBO리그를 평정할 기세다. 지난 6일 대전 LG전에서 9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으로 역대 KBO리그 최초로 데뷔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외국인 선수가 된 로저스는 4일 휴식 후 나선 11일 수원 kt전에서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케이티 위즈파크 전광판에 155㎞까지 찍혔다. 이날 총 108개의 공을 던진 로저스의 레퍼토리는 직구(시속 143~155㎞, 49개)와 슬라이더(135~146㎞, 31개), 커브(119~135㎞, 24개), 체인지업(140~144㎞, 4개)이었다. 볼끝은 더 묵직해졌고, 코너워크도 데뷔전에 비해 한층 정교해졌다.
초반부터 구위로 kt 타선을 윽박질렀다. 최고 153㎞까지 나온 묵직한 직구와 135~141㎞까지 나온 날카로운 슬라이더의 '투피치' 패턴으로 3회말 2사까지 8명의 타자를 퍼펙트로 돌려세웠다. 그러다 3회말 2사 후 kt 9번타자 김진곤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곧바로 포수 조인성이 김진곤의 2루 도루를 잡아내며 로저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로저스는 글러브를 두드리며 조인성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4회에는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며 첫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오정복에게 이날 첫 볼넷을 허용한 로저스는 후속타자 이대형에게 내야 기습번트 안타를 허용해 무사 1, 2루에 몰렸다. 하지만 로저스는 아껴뒀던 체인지업의 봉인을 풀며 kt 타선을 혼란에 빠트렸다. 결국 마르테는 6구 승부 끝에 유격수 앞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2사 3루에서 장성호에게 볼넷을 허용한 로저스는 장성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무실점 이닝을 이어갔다.
5회 역시 삼자범퇴로 간단히 끝낸 로저스는 6회 1사 후 또 위기에 빠졌다. 패턴이 4회와 비슷했다. 1사 후 오정복에게 볼넷, 이대형에게 유격수 쪽 내야안타를 허용한 것. 하지만 4회와 마찬가지로 마르테에게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이닝을 마쳤다.
7회부터는 사실상 팬들을 위한 '보너스 이닝'같았다. 로저스는 9회말에도 151㎞가 나온 직구와 또 다른 무기인 커브를 곁들여 3이닝 동안 단 한 번도 1루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완벽한 경기 마무리였다. 8회까지 101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로저스가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자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를 찾은 한화 팬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에이스'의 등판에 찬사를 보냈다. 로저스는 이 찬사에 화답하듯 kt 1~3번 타순을 단 7개의 공으로 끝냈다. 2사 후 3번 마르테가 내야 뜬공을 치자 로저스는 손을 들어 3루측 관중석을 가르켰다. 끝까지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에 대한 인사였다. 동시에 자신이 '진정한 에이스'로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겠다는 약속의 손짓이었다.
이날 KBO리그 최초로 데뷔 2연속 완투승 기록을 세운 로저스는 "완투 기록에 대해서는 몰랐고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단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투구수에 상관없이 내가 어떠한 투구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며 듬직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2회까지는 몸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는 잘 됐다. 포수가 베테랑이니만큼 그의 리드에 따라 잘 던지려고 했다."며 이날 호흡을 맞춘 포수 조인성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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