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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된 남자 정현석, 원종현을 떠올리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8-06 09:18


5일 프로야구 최고 감동은 암투병을 끝내고 그라운드로 복귀한 정현석(31)이었다. 원정경기였다. 상대팀 SK는 전광판에 큼지막하게 '정현석 선수의 건강한 복귀를 축하합니다'라는 글귀를 띄웠다. 홈팀, 원정팀 응원단은 하나가 돼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정현석은 7회 첫타석에서 우전안타, 9회 2사 3루에선 중전 적시타로 화답했다. 멋진 펜스플레이 수비장면도 보여줬다. 344일만의 1군출전이었다.

얼마전 한화그룹의 CF '나는 불꽃이다'에 정현석이 유니폼을 받아드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열정을 노래하는 한화팬편, 노익장의 투혼을 뽐내는 김성근 감독편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그날밤 정현석은 정말 불꽃이 돼 팬들에게 돌아왔다.


NC야구단의 올시즌 캐치프레이즈.
감격적인 날, 정현석은 또 한명의 뜨거운 남자를 떠올렸다. "원종현(28·NC)이 하루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와 같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위암수술을 받았던 정현석, 원종현 또한 지난 1월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오랜 무명시절끝에 지난해 만개한 원종현은 올시즌 그 누구보다 큰 기대를 받은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겨울 NC다이노스의 미국 전지훈련중 어지럼증을 호소해 귀국,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종양이 발견됐다. 야구보다는 당장 건강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NC선수단은 원종현의 쾌유를 기원하며 모자와 헬멧에 '155' 숫자를 새기고 올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속 155㎞ 강속구를 뿌렸던 원종현이다. 그의 피칭을 하루빨리 보고싶고, 마음으로나마 함께하겠다는 의지표현이다.


원종현이 NC구단에 보내온 최근 사진.
원종현은 성공적인 수술을 마치고 통원치료와 재활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NC구단에 "항암치료는 마무리 단계고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다"라며 근황을 밝혀왔다. 고향인 군산 바닷가에서 찍은 멋진 사진도 공개했다.

사실 김성근 감독이야말로 원조 '불꽃 남'이다. 1998년 쌍방울 사령탑 시절 신장암 수술을 했다. 수술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며칠 뒤 아무렇지도 않게 덕아웃을 지켰다. 김 감독은 "야구를 다시 하겠다는 의지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정현석 역시 모두의 예상보다 빨리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다시 팬들의 함성을 듣고 싶다는 일념이 그를 단련시켰다.


SK와 한화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위암 수술을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한화 정현석이 오늘 경기 1군에 등록되어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동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05/
이제 원종현의 강속구를 다시 보고싶다. 내년이 오기전 환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밟고 홈팀과 원정팀 응원단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손을 흔드는 그를 보고 싶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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