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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하면서 가장 행복한 요즘입니다."
"야구 하면서 가장 행복한 요즘입니다"라고 말하는 박경수와 얘기를 나눠봤다.
박경수에게 "갑자기 홈런을 펑펑 때려낼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박경수는 "큰 비결은 없다"고 하면서도 "정말 작은 차이 하나가 나를 바꿨다"고 말했다.
7㎝의 차이다. 야구공의 지름은 7㎝를 조금 넘는 정도. 박경수는 "이 야구공 하나 차이"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배트로 공을 때리는 순간 타이밍을 공 하나 정도 앞에 두고 잡은게 비결이라고 했다. 박경수는 "타자가 타석에서 꼭 쳐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이 있으면 아무래도 타이밍을 뒤에 놓고 치게 된다. 맞히는데 급급하면 제대로 공에 힘을 싣기 힘들고, 타이밍도 늦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의 믿음 속에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고 부담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박경수는 "타이밍을 정말 미세하게 앞에 두고 스윙을 할 뿐인데, 맞는 순간 느낌이 다르다. 홈런이 1, 2개씩 나오다보니 자신감도 붙고 투수의 변화구 승부에도 쉽게 당하지 않게 됐다. 전에는 '이번에 못치면 또 경기에 못나가겠지'라는 생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여유가 많이 생겼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분명히 있는데, 경기에 꾸준히 나가다보니 그런 날들 어떤 경기를 하는게 현명한지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런 날은 자신의 개인 기록보다 팀 배팅 등에 더욱 신경을 쓰며 감을 끌어올리는 여유가 자신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무서운 페이스라면 20홈런도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 하지만 박경수는 "절대 욕심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20홈런 얘기를 해주시는데, 나는 진짜 딱 15개만 쳤으면 좋겠다. 사실 커리어하이인 8개를 넘어간 이후부터 일찌감치 홈런 기록은 보너스라고 생각해왔다"고 했다.
박경수가 야구선수로 욕심내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타율이다. 현재 박경수의 타율은 2할6푼6리.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시즌 초반에 비하면 타율도 많이 상승했다. 박경수는 "타율도 어느정도 기록하는 타자로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박경수가 시즌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시즌 중 가장 고타율 시즌은 2008년이다. 2할5푼9리. 그 외에는 항상 2할 초반대 타율에 머물렀다. 정확도가 부족하다는 그 인식을 바꾸고 싶은게 박경수의 마음이다. 지금 페이스만 잘 유지하면 2할 후반대 타율도 충분히 기대해볼만 하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LG를 떠난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사례가 많다. 박경수 역시 그 사례에 해당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박경수에게도 이 효과에 대해 물었다. 박경수는 "참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하며 웃으면서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는 선수에게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구장이다. 작고 아담한게 야구에 집중하기 딱 좋다. 홈구장 효과도 어느정도 있는 것 같다"는 재치있는 답으로 넘겼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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