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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먹고 자라는 박병호, 세마리 토끼 잡나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7-21 09:16


긴장은 스포츠 선수들의 적일까. 스트레스와 긴장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는 예외없이 순간에 결정된다. 초 단위, 분 단위, 시간 단위로 성패가 갈리지만 해부해보면 찰나에 모든 것이 정해진다.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면 몸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참선을 했고, 유명 프로골퍼들은 멘탈 코치를 두고 있다. 민감함을 따지면 야구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눈 깜짝할새 포수 미트로 파고드는 강속구를 때리려면 본능에 가깝게 반응해야 한다.

매일 매일 수능시험 뺨치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선수가 있다. 박병호(29·넥센)다. 매경기 상대 분석기록원 뿐만 아니라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올시즌 넥센 경기를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약 20개팀이 스카우트를 파견해 박병호를 지켜봤다. 이들은 수년째 박병호에게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지난해 타깃이었던 강정호를 보면서 이미 박병호도 봤던 그들이다. 박병호의 자질에 대한 파악은 끝났다. 올해는 메이저리그에 정착했을 때 나올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면밀체크 중이다.


◇2015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주중 3연전 3차전이 9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2사 만루 넥센 박병호가 좌중월 만루포를 치고 3루를 돌며 최만호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09/
박병호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바뀐 상황을 인식하는 순간 긴장은 이미 머리속에 자리잡는다. 어쩌면 몸이 먼저 변화를 감지한다. 하지만 스타기질의 유무는 이때 드러난다. 슈퍼스타들은 오히려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짜릿함과 맞바꾸는 데 일가견이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발휘하고, 큰 경기에 더 강하다.

올해 박병호는 생애 최고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타율 0.348(3위), 안타 116개(1위), 30홈런(1위), 83타점(2위), 장타율 0.691(2위), 출루율 0.441(4위), OPS 1.132(3위)다. 모든 수치가 고르게 향상됐다.

박병호는 2013년 타율 0.318, 37홈런, 117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타율은 0.303으로 살짝 하락했으나 52홈런, 124타점을 올렸다. 올해 타율은 최고치, 홈런과 타점도 나무랄 데 없다. 출루율과 장타율 역시 생애 최고치다.

지켜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고, 올시즌 활약에 따라 해외진출은 크게 영향 받는다. 포스팅 금액이 크면 팀에서의 대우도 달라지고, 초기 적응에 힘을 받을 수 있다. 박병호는 굉장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해 강정호가 긴장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곁에서 지켜봤겠지만 이론과 실제는 늘 다르다. 과다한 긴장으로 실력발휘가 힘든 상황이지만 박병호는 120% 역량을 뿜어내고 있다. 몸쪽 공 대처능력 향상과 올시즌에 앞서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이는 등 훈련에 매진한 결과다.

올시즌 박병호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사상 첫 홈런왕 4연패와 생애 첫 우승반지, 그리고 성공적인 해외진출이다. 홈런왕은 청신호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슬로우 스타터 거포의 본능이 살아나고 있다.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다보니 절로 장타가 나온다. 넥센은 선두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주춤하고 있다. 그래도 1위 삼성에 4게임차 뒤진 4위다. 아직은 찬스가 있다. 포스트시즌에 간다면 지난해 한국시리즈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앞선 두개를 이루면 마지막 목표는 자연스럽게 달성될 전망이다. 강정호에 대한 미국 현지평가는 좋다. 적은 비용으로 좋은 효과를 본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반기같은 후반기를 보낸다면 해피엔딩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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