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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참은 조정훈 솔직 고백 "무섭습니다" [김 용의 돌직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3-24 06:34



"솔직히 무섭습니다."

지난해 온갖 내흉에 시달리며 팬심을 완전히 잃었던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이종운 신임 감독 지휘 아래 착실하게 팀 재건 작업을 한 끝에 시범경기에서 희망을 보여주고 정규시즌 큰 기대를 받고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만족스럽고, 화끈한 방망이 쇼까지 곁들이지며 부산팬들의 식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부산팬들이 다시 롯데에 대해 기대를 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비운의 투수 조정훈의 복귀다. 2009 시즌 다승왕 타이틀을 따낸 후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잊혀져가던 그가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고 정규시즌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기대가 하늘을 찌른다. 여기에 팬들은 엄청난 포크볼로 무섭게 승수를 쌓던 조정훈의 모습 만을 생각하며 "조정훈만 돌아오면 롯데 가을야구는 무조건 가능하다"라는 희망에 부풀어있다. 하지만 그는 4년 사이 팔꿈치 수술을 2번이나 받은 선수다. 건강하게 다시 던질 수 있다는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그런데 아직 몸상태도 완전치 않은 상황인데 그의 주변에서는 현실 이상의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조정훈만 있으면 다 된다"라는 말에 선수는 과연 힘이 날까, 아니면 부담을 느낄까. 23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만난 조정훈이 속내를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조정훈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평어체가 아닌 경어체 그대로 인터뷰를 싣는다.

-일단은 2군에서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몸상태는 어떤가.

현재는 2~3이닝을 던질 수 있는 정도입니다. 선발로 던지려면 훈련과 실전을 통해 점점 투구수를 늘려가야 해요. 이닝 소화를 통해 최대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아직 4~5이닝 이상 긴 투구를 못해봐 걱정도 될 것 같다.

솔직히 저도 걱정이 됩니다. 많이 던지면 팔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또 훈련,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실전은 다르니까요. 지금 공을 던지는데 특별히 불편한 부분은 없습니다. 제가 이겨내야 할 부분입니다.

-시범경기지만 모처럼만에 실전 등판한 느낌은 어땠나.

정말 긴장됐어요. 원래 시즌 때에도 매경기 긴장했었는데 이번 시범경기는 어떻게 보면 테스트를 받는 자리니 더 긴장이 됐습니다. 그래도 시범경기를 치르고 나니 많이 괜찮아졌어요. 이제 즐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관심이 정말 대단하다. 본인도 이를 잘 알텐데. 힘이 되나, 아니면 부담으로 다가오나.

저희팀 손아섭이 그러더라고요. "몸상태만 괜찮다면 정훈이형의 최고의 투수다"라고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구단에서도 이것저것 정성스럽게 체크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십니다. 팬들 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부담감이 더 커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나에 대한 기대가 큰데 내가 실망시켜드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이 벌써부터 많이 됩니다. 정말 솔직히 지금 상황이 걱정되고 무섭습니다.

-앞으로의 각오가 듣고싶다.

솔직히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간다 생각하고 몸을 만들어왔어요. 엔트리에 들어가면 무조건 베스트 피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후배들이 너무 잘던져 밀린다는 생각도 들어 조바심도 납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잘 판단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3, 4월 초반보다 정말 팀이 필요로할 때 완벽한 모습으로 나타나는게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이 저를 꼭 원하실 때요. 시간적 여유를 주셨는데, 그 의미를 알고 몸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긴장 속에 던지는 것보다 조금은 여유가 있는 경기에 던지는 것도 (공백이 긴)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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