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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이 나지완에게 준 1만엔의 의미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2-13 05:21 | 최종수정 2015-02-13 06:13


12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킨쵸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의 훈련이 열렸다.KIA 나지완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2.

사실 좀 뜬금이 없어 보였다.

12일 KIA 타이거즈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킨베이스볼스타디움. 청백이 끝난 뒤 선수 전체가 내야 그라운드에 모였다. 김기태 감독이 전체 훈련을 마무리하는 자리. 그런데 김 감독이 갑자기 외야수 나지완을 불렀다.

쭈뼛쭈뼛 앞으로 나온 나지완에게 김 감독은 1만엔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곧이어 나지완은 선수단 전체를 앞에 두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KIA 구단 관계자는 "나지완이 '다들 우리 팀이 약하다고 한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나지완이 청백전의 MVP로 뽑힌 것도 아니다. 청팀 4번 타자로 출전한 나지완은 7회까지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성적을 들어 특별히 치켜세워줄 상황은 아닌 듯 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훈련이나 청백전이 끝나면 늘 이어지는 행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벌어지는 '돌발 이벤트'다. 시상 명목도 붙이기 나름이라고 했다.


11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킨쵸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의 훈련이 열렸다.KIA 김기태 감독(오른쪽)이 나지완과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다.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0.
나중에 김 감독에게 물어보니 "나지완이 주루 플레이를 열심히 해 격려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나지완을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에 즉석 이벤트를 마련하 것이다. 김 감독은 이런 식으로 선수에게 다가가 마음을 사고 있었다. 물론, 선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일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선수, 구단 관계자 모두 입을 모아 김 감독이 취임한 후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KIA 캠프를 찾은 조성환 KBS N 해설위원은 "예전에 밖에서 봤던 KIA가 맞나 싶다.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나지완 이벤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에 앞서 선수단에 "밝은 분위기에서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밝고 씩씩하게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자는 주문이었다.


최근 몇 년 간 '야구 명가' 타이거즈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3년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2년 연속으로 9개 팀 중 8위에 그쳤다. 김 감독은 타이거즈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오키나와=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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