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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익숙한 그 얼굴이다.
지난달에 넥센 히어로즈는 LG 트윈스가 방출한 왼손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2)를 영입했고, LG는 히어로즈가 자유계약선수로 푼 헨리 소사(29)와 계약했다. 또 한화 이글스는 2012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다 한국을 떠났던 미치 탈보트(31)를 불러들였다.
사실 이전에는 다른 팀이 방출한 선수 영입을 두고 '재활용'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해 다른 팀이 용도폐기한 선수를 데려다 쓰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렸다. 그런데 2012년과 2013년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소사가 지난 5월 히어로즈에 합류해 맹활약을 하면서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졌다.
외국인 선수 '재활용' 사례가 늘어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수준급 새 외국인 선수, 특히 투수 영입이 쉽지 않다. 국내 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구단과 현장의 눈높이가 올라갔다. 이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거나 메이저리그 수준에 근접한 선수가 영입 대상이 됐다. 그런데 후보군은 한정돼 있고, 경쟁이 치열하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경계선에 있는 선수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데, 빅리그 진입이 어려워졌거나 포기한 선수가 국내 리그를 찾는다. 국내 팀뿐만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 팀까지 이들을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
예전에는 적응 가능성을 놓고 고민을 했는데, 이제는 몸값이 부담스러운 금액으로 뛰어올랐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수와 에이전트가 여러 구단과 협상을 하면서 금액을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구단 스카우트 팀이나 현지 인맥을 통해 가능성 있는 선수를 체크하면서 접촉을 했는데 환경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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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소속팀에서 방출한 선수, 금액차로 재계약이 불발된 선수는 아무래도 몸값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검증을 거쳤기에 실패 확률이 낮다는 이점이 있다.
유먼은 2012년부터 3시즌 동안 38승21패-평균자책점 3.89, 올해 28경기에 등판해 12승10패-평균자책점 5.93를 기록했다. 구위가 떨어지고 상대팀에 파악이 되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쓸만하다는 평가다. 옥스프링도 10승8패-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하며 유먼과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했다.
2012년 삼성 소속으로 25경기에서 14승3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한 탈보트는 재계약이 유력했으나 팔꿈치 통증 때문에 불발됐다. 스나이더의 경우 조금 다른 케이스. 히어로즈는 스나이더가 정규리그에서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으로 부진했지만 포스트 시즌서 보여준 장타력에 주목했다. 펜스까지 거리가 비교적 짧은 목동구장에서 2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외국인 선수 '재활용'이 늘면서 처음으로 세 구단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나왔다. 2007~2008년 LG 유니폼을 입었던 옥스프링은 2013년 롯데에 입단해 두 시즌 동안 뛰고 내년에는 kt 마운드에 선다. 소사도 LG가 KIA, 히어로즈에 이어 세번째 팀이다.
1998년 외국인 선수가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까지 274명이 한국야구를 경험했다. 모든 구단들의 마음은 하나다. 20승 투수, 50홈런 타자의 도래를 꿈꾼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