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구단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강정호가 정말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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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피츠버그는 연봉 총액이 1억달러가 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절반이 조금 넘는 16개 팀은 1년에 1억달러 이상을 선수 연봉으로 지출한다. 피츠버그는 올해 8325만3025달러(약 914억원)를 써 23위에 그쳤다.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이다.
이런 피츠버그가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으로만 500만2015달러(약 55억원)를 써냈다. 아직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계약규모는 대략적으로 지난 2010년 말 강정호와 비슷한 포스팅 금액(532만달러)이 나온 니시오카 쓰요시의 3년 900만달러를 지표로 삼을 수 있다. 결국 피츠버그가 강정호 영입에만 1500만달러 가까운 금액을 썼다는 말이 된다.
아직 서비스타임이 남은, 저렴한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내야진을 흔들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수비력에 의문부호가 있는 강정호가 이동할 포지션으로 꼽혔던 2루는 어떨까.
주전 2루수인 닐 워커의 연봉은 575만달러(약 63억원), 고액연봉자로 볼 수 있다. 워커는 팀내 연봉 3위다. 강정호를 영입해 내야진의 트레이드를 감행한다? 현실적으로 워커를 버리는 건 타선의 무게감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몸값으로 보면, 강정호는 워커 다음이다. 그런데 내야 경쟁은 녹록치 않다. 당장 강정호가 머서를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를 따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피츠버그는 '백업요원'에게 1500만달러 규모의 지출을 감행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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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포스팅 이후 계약협상이 틀어진 사례를 찾아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다. 이와쿠마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1년 앞둔 지난 2010년 말 포스팅을 신청해 1910만달러(약 201억원)를 베팅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계약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이와쿠마를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포스팅 금액보다 한참 밑도는 4년간 1525만달러(약 167억5000만원)라는 조건을 제시받아 계약이 불발됐다. 당시 오클랜드는 같은 지구에 속한 시애틀과 텍사스 레인저스를 견제하기 위해 이와쿠마의 포스팅에 참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같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팀의 전력이 강화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었다.
일본의 경우, 포스팅 제도가 개선되면서 이와 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최고액 상한선(2000만달러)이 만들어지면서 선수가 구단을 고를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시스템, 과거 일본의 시스템이라면 이와쿠마처럼 계약 협상이 무산될 경우, 포스팅은 없던 일이 된다.
물론 오클랜드가 이와쿠마를 원했다 하더라도, 포스팅 비용이 과도하게 오르면서 선수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 것일 수 있다. 강정호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비공개 경쟁입찰인 포스팅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소 큰 금액을 부른 뒤, 연봉 협상에서 기대 이하의 몸값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느 방향이 됐든, 강정호에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다행인 건 오클랜드와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견제'는 아니란 것이다. 실제로 피츠버그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강정호의 포스팅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구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팀은 피츠버그보다도 내야가 탄탄한 팀이다. 피츠버그의 '위장 입찰' 가능성이 낮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강정호가 '제2의 이와쿠마'가 될 지, 아니면 '제1의 강정호'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비관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현 시점에서 가능한 분석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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