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1억 연봉으로 본 프로야구 연봉 변천사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12-17 07:13


7일 오후 목동구장에서 '2014 희망더하기 자선 야구대회, 경기 전 홈런레이스에서 힘차게 배팅하고 있는 김광현. 김광현이 파울타구에 웃음을 보이고 있다.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2.07

2012년부터 3년 연속으로 홈런-타점왕 타이틀을 차지한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의 올해 연봉은 5억원이다. 지난 2년 간 4억3800만원이 뛰어올랐는데, 그렇다면 내년 시즌 연봉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또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양현종을 눌러앉힌 KIA 타이거즈도 연봉을 놓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9개 팀 중 8위에 그친 팀 성적을 보면 연봉협상 테이블에 칼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데, 양현종의 경우 해외 진출 포기에 따른 보상을 해줘야한다. 올시즌 16승(8패·평균자책점 4.25)을 거둔 양현종의 연봉은 1억2000만원이다. 최근 몇 년 간 부상에 따라 성적이 들쭉날쭉하다보니 지명도에 비해 연봉이 낮은 편이다. KIA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하고 최근 6억원에 사인한 SK 와이번스 김광현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SK는 김광현에게 올해보다 무려 3억3000만원이 오른 금액을 제시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200안타를 돌파하고 타격-득점-최다안타 1위에 오른 히어로즈 서건창은 지난주에 9300만원에서 2억700만원이 오른 3억원에 재계약을 했다. 제대로 성적을 내면 곧바로 연봉 대박이 가능해지 한국 프로야구다.

수확의 계절, 연봉 협상 시즌이다. 구단마다 성적에 따른 정교한 연봉 고과 평가 시스템을 갖추면서 이전처럼 구단과 선수 간의 소모적인 감정싸움, 줄다리기는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전체적인 야구판의 분위기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연봉협상을 해야하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요."

이달 초 만난 한 구단 단장이 내년 시즌 연봉 협상 얘기가 나오자 한 말이다. FA(자유계약선수) 몸값이 폭등하면서 덩달아 선수들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선수들이 웬만한 인상 금액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한단다.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모기업 지원이 15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지금처럼 연봉이 높아지면 이 금액이 다시 늘어날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입장권과 마케팅, 방송중계권 수입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폭등하고 있다.

구단들이 올해 선수 연봉으로 지급한 금액은 40억~75억원 수준이다.

선수의 연봉 증가 추이를 보면, 한국경제의 압축성장을 보는 것 같다. 오랫동안 꿈의 연봉으로 여겨졌던 연봉 1억을 보자. 최초의 억대 연봉자는 1985년 장명부. 그해 1억484만원을 받았다. 1986년에는 김일융, 1987년에는 김기태가 유일하게 억대 연봉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초창기였고, 일본 프로야구 출신 재일교포 투수라는 특수성이 고려된 억대 연봉이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최고 연봉이 24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선
올 시즌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여 시상하는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1루수 부문 상을 받은 넥센 박병호가 서건창에게서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2.09.
수에게 1억원은 쉽게 넘보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1987년 이후 5년 간 억대 연봉자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1993년 선동열이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1억원에 도달했다. 1994년에는 선동열과 재일교포 홍순기가 억대 연봉자였고, 1995년에는 선동열 혼자 억대 연봉자로 남았다.

최고 대우를 의미했던 연봉 1억원은 이후 쏟아지기 시작했다. 1996년에 7명으로 늘었고, 1997년에 14명, 1999년에 19명이 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최고 연봉금액은 1억원대에 머물렀다.


2000년대 들어 몸값이 크게 뛰어올랐다. 2000년에 정민태가 3억1000만원을 받아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하더니, 2002년에는 이상훈이 4억7000만원에 사인을 했다. 2002년에는 이상훈 외에 이종범 이승엽 정민철까지 연봉 4억원을 넘겼다. 이승엽은 2003년에 6억3000만원에 계약해 5억원을 넘어 6억원 시대를 열었다.

억대 연봉자도 2004년 82명, 2009년 99명을 찍은데 이어 2010년 100명에 도달했다. 지난해에 121명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136명으로 15명이 늘었다.

이제 소속팀의 주축 선수라면 연봉 3억원 정도를 받아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것 같다. 올시즌 3억원을 넘은 선수는 45명. 지난해 34명에서 11명이 늘었다. 올해 등록선수가 477명이었으니 대략 10%가 연봉 3억원을 받은 셈이다. 내년 시즌에는 5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1억원이 상징성이 큰 금액이었다면, 이제는 3억원이 비슷한 의미를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평균연봉도 1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9496만원에서 올해 1억638만원으로 늘어났다.

선수 연봉에는 올시즌 활약에 대한 보상과 내년 시즌 기대치가 담겨 있다. 때로는 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위상, 리더십, 상징성 등 무형의 가치가 반영되기도 한다. 연봉 증가는 프로야구의 인기, 위상이 높아진 결과에 따른 것이다. 스포츠 유망주를 야구로 끌어들이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력과 구단의 재정 건전성 제고가 함께하지 못하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겼지만 등록선수의 절반 이상이 연봉 5000만원 이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최근 10년 간 프로야구 선수 평균연봉

연도=등록선수=평균연봉

2005년=380명=7187만원

2006년=371명=8058만원

2007년=393명=8472만원

2008년=415명=7972만원

2009년=395명=8417만원

2010년=396명=8687만원

2011년=406명=8704만원

2012년=425명=9441만원

2013년=471명=9496만원

2014년=477명=1억638만원

※신인선수-외국인 선수 제외

◇연도별 억대연봉자

연도=억대연봉선수 수=최고연봉선수=금액

1985년=1명=장명부=1억484만원

1986년=1명=김일융=1억1250만원

1987년=1명=김기태=1억2000만원

1993년=1명=선동열=1억원

1994년=2명=선동열=1억3000만원

1995년=1명=선동열=1억3000만원

1996년=7명=김용수=1억1000만원

1997년=14명=김용수=1억2200만원

1998년=14명=양준혁=1억4000만원

1999년=19명=정명원=1억5400만원

2000년=31명=정민태=3억1000만원,

2001년=44명=이종범=3억5000만원

2002년=55명=이상훈=4억7000만원

2003년=65명=이승엽=6억3000만원

2004년=82명=정민태=7억4000만원

2005년=77명=심정수=7억5000만원

2006년=82명=심정수=7억5000만원

2007년=89명=심정수=7억5000만원

2008년=94명=심정수=7억5000만원

2009년=99명=김동주=7억원

2010년=110명=김동주=7억원

2011년=100명=김동주=7억원

2012년=112명=김태균=15억원

2013년=121명=김태균=15억원

2014년=136명=김태균=1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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