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포스팅 잔혹사'라고 봐야 할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은 '억' 소리나는 국내 FA 시장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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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 야구에서 포스팅에 성공한 선수는 LA 다저스의 류현진 뿐이다. 류현진은 지난 2012년 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해 2573만달러(약 283억5000만원)를 적어낸 LA 다저스와 입단 협상을 벌였고, 6년 총액 3600만달러(약 397억원)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류현진 이전 포스팅 사례를 보면, '악몽'과도 같다. 2002년 임창용(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65만달러(약 7억원)이 최고액이었고, 1998년 이상훈(당시 LG 트윈스)의 60만달러(약 6억5000만원)가 그 다음이었다. 2002년 진필중(당시 두산 베어스)은 시즌 전 응찰 구단이 없었던 굴욕을 겪은 뒤, 2만5000달러(약 3000만원)라는 금액을 받아 들고 또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류현진의 등장으로, 포스팅에 대한 꿈이 부풀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류현진 이후 가장 큰 금액을 받은 김광현마저 좋지 않은 계약조건을 확인하곤, 2년 뒤 완전한 FA(자유계약선수)로 다시 해외 진출을 타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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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포스팅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현 시점에선 안정적으로 국내 FA를 노리는 게 보다 현명한 선택일 지도 모르겠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선수들에게 간 돈은 무려 611억1000만원(14일 현재)이다. 19명 중 15명이 FA 계약에 성공했고, 이들에게 60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이중에서도 80억원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한 선수가 SK 최 정(86억원)과 두산 장원준(84억원), 삼성 윤성환(80억원) 등 세 명이나 된다. 지난해 역대 최고액을 쓴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의 75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통제불능으로 치솟고 있는 FA 시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선수들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 앞으로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앞에서 몸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는 구단들도 결국 선수가 필요하면 돈보따리를 싸들고 움직이고 있다. 30년 넘게 한국 야구를 지배해 온 '구단 이기주의'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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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했던 류현진이 지나간 자리, 한동안 포스팅 시장에서 이를 채울 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억' 소리 나는 국내 FA 시장에선 스타플레이어들이 '갑'이 된다. 포스팅은 거품이 빠져 가는데, 국내 FA 시장은 과감히 '역주행'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역대 한국 프로야구 선수의 MLB 포스팅 사례
시기=선수(구단)=응찰 금액=결과
1998년 3월=이상훈(LG)=60만달러=수용 거부
2002년 2월=진필중(두산)=응찰 구단 없음=-
2002년 12월=진필중(두산)=2만5000달러=수용 거부
2002년 12월=임창용(삼성)=65만달러=수용 거부
2009년 1월=최향남(롯데)=101달러=세인트루이스 입단
2012년 11월=류현진(한화)=2573만7737달러=LA 다저스 입단
2014년 11월=김광현(SK)=200만달러=샌디에이고 협상 결렬
2014년 11월=양현종(KIA)=약 150만달러(추정)=수용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