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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모건, 한화 포지션 정리 문제 최적해법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12-14 09:20


◇지난해 9월에 받은 어깨 수술 여파 때문에 이용규는 올해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그러나 내년 시즌에는 수비를 병행하려는 각오가 크다. 팀을 위해서도 그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새 외국인 선수 나이젤 모건과 포지션 중복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매서운 타격을 하는 이용규. 스포츠조선 DB

'센터라인의 꼭지점'은 과연 누가 맡게될까.

한화 이글스는 전통적으로 뛰어난 외국인 타자를 많이 데려왔다. 제이 데이비스를 필두로 올해 피에까지. 투수들에 비해 타자들은 특히나 뛰어난 활약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한화의 '외국인 타자 굿초이스' 전통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이어졌다. 피에와의 재계약이 무산된 지 불과 4일 만에 한층 더 뛰어난 커리어를 보유한 나이저 모건(34)을 영입했기 때문. 팬들은 벌써부터 모건의 활약에 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건의 합류로 인해 한화에는 고민거리가 하나 발생겼다. 사소하게 넘길 수 없는 팀 전력의 뿌리와 관련된 고민. 지금 당장 답을 제시할 필요도 없고, 또 그럴 수조차 없는 문제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화가 마주하게 될 고민 하나. 바로 '이용규와 모건의 포지션 정리' 문제다. 핵심은 '과연 누가 주전 중견수를 맡을 것인가'.

팀수비의 핵심, 중견수

중견수는 팀 수비전력에서 매우 큰 부분을 담당하는 '핵'과 같은 존재다. 센터라인(포수-2루수-중견수)의 꼭지점이면서 외야에서 가장 많은 범위를 커버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 발이 빠르고, 타구 판단능력과 송구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이 포지션을 맡게 된다.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같은 외야수지만, 중견수와 '코너 외야수(좌-우익수)'는 수비 방식이 조금 다르다. 상대 타자가 친 타구의 방향이나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예 '외야수'를 '중견수'와 '코너 외야수'를 구분해서 표시하기도 한다. 결국 중견수는 이미 해당 포지션에 선 경험이 많은 선수가 하는 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화가 영입한 모건은 '중견수 전문'이다. 코너 외야수비 경험은 크게 떨어진다. 메이저리그에 이쓴 동안에는 총 466경기에서 선발 외야 수비로 나섰는데, 이중에 무려 358경기를 중견수로 뛰었다. 좌익수로는 84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선발 우익수 경험은 겨우 24번 뿐이다.

이런 성향은 일본 프로리그 시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총 96경기에 나선 모건은 이중 71경기를 중견수로 나가 뛰었다. 좌익수 경험은 단 1경기였고, 우익수 경험도 24경기 밖에 안된다. 즉, 모건의 수비 전공은 '중견수'로 봐야한다.


'중견수 전문' 모건과 이용규

하지만 한화에는 이미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중견수가 있다. 이용규다. 비록 올해 수술 여파로 지명타자로만 나섰지만, 원래라면 이용규는 A급 중견수였다.

특히 올시즌을 마친 뒤 중견수 수비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이용규는 "올해 지명타자로만 나서다보니 오히려 타석에서 집중력도 떨어진다. 겨울 기간에 어깨 상태를 잘 만들어서 2015시즌에는 꼭 수비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화의 고민은 바로 이 포인트에서 발생한다. 일단 이용규의 어깨 상태가 회복된다는 점을 전제로 깔면, 모건과 포지션 중복 문제가 생긴다. 내년 시즌에 둘 중 하나는 코너 외야로 가거나 지명타자로 나서야 하는데, 누구도 선뜻 고르기가 어렵다. 두 선수 모두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용규의 어깨 상태가 수비를 할 정도의 상태과 안된다면 이 고민은 필요없어진다. 모건이 중견수를 그냥 맡으면 된다. 하지만 이건 더 또 다른 떠안고 있다. 이용규가 올해처럼 수비를 안하고 지명타자를 하게되면 개인은 물론 팀 타선 전체의 약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거포 지명타자' 자리를 하나 놓치기 때문.

김성근 감독의 해법은?

결국 현재로서는 우선 이용규가 어깨 상태를 부상 이전만큼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팀과 개인을 위해 무조건 필요한 일이다. 이걸 알기에 이용규도 개인적으로 해외 훈련을 떠난 것이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선수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포지션 정리 문제는 결국 감독이 해결해야 한다. 선수들의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총 망라해 최적의 조합법을 만들어내는 게 감독의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김성근 감독은 이런 일에는 무척이나 익숙하다. 선수들의 작은 몸짓, 별로 의미없이 보이는 데이터에서도 '가능성'을 본다.

과거 SK 감독시절에도 그랬다. 그렇게 자신이 파악한 정보들을 그러모아 파격적인 선수 활용법을 내놓는 스타일이다. 이미 김 감독도 모건과 이용규의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현재 성급히 결론을 내리진 않는다. 모건과 이용규를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직접 보고, 실전에서의 모습도 본 뒤에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김 감독은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466경기 외야선발 중 358 중견수 84 좌익수 24 우익수

96경기 외야선발 중 71 중견수 1 좌익수 24 우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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