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영국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으로 인해 유명해진 말이다. 이는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적용될 수 있는 명제다.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원히 남는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욕심은 자칫 팀을 그르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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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플레이오프 1차전. 손승락은 평소보다는 다소 이른 8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것도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중 조상우에 이어 두 번째로 나섰다. 정규시즌 때였으면 한현희가 나왔을 차례다.
손승락은 8회를 세 타자로 막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삼진 2개로 아웃카운트를 2개 잡은 뒤, 대타 이병규(배번 9)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그런데 이때 넥센 벤치가 움직였다. 손승락도 예상하지 못했던 교체 사인. 결국 손승락에 이어 등판한 한현희가 공 한 개만을 던지고, 플레이오프 첫 경기 세이브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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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이동일이 있긴 하지만, 투구수 관리는 필수다. 세 명을 순환시키는데 있어 손승락의 희생이 있었다. 염 감독은 "개수를 보고 세 명을 순환시키고 있다. 얼마나 지치지 않게 하는 지가 관건인데 그나마 승락이의 보직을 바꿔서 과부하가 덜 걸리고 있다. 만약 정규시즌이었다면, 둘만 계속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상황에 맞게 중간계투가 나와야 하는데 고정 마무리가 있다면, 앞에서 던지는 두 투수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승락이의 희생이 정말 크다"며 엄지를 치켜 들었다. 손승락이 앞에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 되면서, 세 명의 투수들을 번갈아 쓰면서 관리해주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손승락의 희생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혹시 모를 선발등판까지 준비했다. 만약 플레이오프 상대가 LG가 아니라 NC 다이노스였다면, 그리고 롱릴리프로 뛰어줄 문성현의 부상이 없었다면 손승락 선발 카드가 실현됐을 가능성도 있다.
손승락은 코칭스태프의 주문에 매번 "문제 없다"고 말하고 있다. 팀을 위한 헌신이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 그리고 첫 우승까지 내다보는 넥센에는 이처럼 개인보다 위대한 팀을 위한 값진 '희생'이 존재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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