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염경엽 감독 생각대로, 한국시리즈까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11-03 07:16


LG와 넥센의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무사 만루 넥센 김민성의 중견수 담장을 맞추는 3타점 2루타때 홈을 밟은 강정호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31/

2014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는 "우승이 올 시즌 목표"라고 명확히 했다. 국내 프로야구 모든 구단이 우승을 목표로 내세우지만, 히어로즈가 대외적으로 우승을 표명한 것은 올 해가 처음이었다. 전력이 알차게 올라와 욕심을 내도 될만한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염경엽 감독 또한 조심스럽게 마음 속에 우승을 그리고 있었다.

2008년 출범한 히어로즈는 재정적인 문제로 한때 흔들렸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착실하게 전력을 구축해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가능성을 보여준 뒤, 도약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 페넌트레이스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히어로즈는 올 해는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 직행해 마침내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바로 그 최고의 무대다.

아쉽게 정규시즌 1위를 놓쳤지만, 포스트시즌 들어 생각대로 모든 게 착착 진행되고 있다. 염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시리즈가 몇 차전까지 갈 것 같나'라는 질문에 손가락 4개를 펴 보였다. LG 트윈스에 3승1패를 거두고 한국시리즈 진출. 그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사실 예상이라기 보다는 바람이었는데, 머릿속에 그렸던 구상이 현실화 됐다.

선발 헨리 소사에 이어 '필승 계투조' 조상우 손승락 한현희를 풀 가동해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았다. 사실 LG에 끌려가는 경기였는데, 윤석민의 3점 홈런 덕분에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상대의 실수에 따른 행운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첫 경기에서 이기면서, 준플레이오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LG의 기세를 눌렀다. 양상문 감독이 말한 것처럼 LG가 1차전을 가져갔다면, 시리즈가 다른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다.

타선의 부진 속에 2차전을 내줬으나,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히어로즈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지난 해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잊을 수가 없다. 베어스를 상대로 먼저 2연승을 거두고 3연패를 당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2차전 패배는 선수단에 확실하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은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워밍업의 시간이었다. 타선이 살아난 히어로즈는 3,4차전을 잡고 4경기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정규시즌 종료 후 다소 무뎌졌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면서 다음 시리즈를 준비할 시간을 얻었다. 3일 간 호흡을 가다듬고 4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플레이오프 직행팀에게 가장 이상적인 한국시리즈 진출 과정이었다.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LG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4회말 무사 2,3루서 동점타를 허용한 넥센 소사가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uyngmin@sportschosun.com / 2014.10.31.
소사-앤디 밴헤켄-오재영으로 이어지는 3선발 로테이션도 성공적이었다. 소사의 1,4차전 선발 카드 모두 만족스러웠다.

사실 플레이오프 시작 시점도 염 감독이 바랐던 대로 이뤄졌다. NC 다이노스와 LG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경기가 두 차례 비 때문에 연기됐다.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갔다면, 플레이오프 일정까지 뒤로 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LG가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면서 당초 일정대로 플레이오프가 시작됐다. LG는 하루만 쉬고 바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야 했다. 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야 상대팀이 지쳐 유리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그것보다 정해진 날에 시리즈를 시작하는 게 그 날에 맞춰 준비를 한 선수들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더 좋다"고 했다.


지난 해 학습효과 덕분인지 선수단 분위기도 차분하다.

김기영 히어로즈 홍보팀장은 "선수들이 4차전에서 이긴 후 환호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축하했지만, 잠실야구장에서 목동야구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잊은 것 같았다. 불필요한 말을 자제하며 조용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염 감독도 "지난 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택근이 플레이오프에서 다소 부진했는데, 정규시즌 삼성전에서 강했기 때문에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