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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는 "우승이 올 시즌 목표"라고 명확히 했다. 국내 프로야구 모든 구단이 우승을 목표로 내세우지만, 히어로즈가 대외적으로 우승을 표명한 것은 올 해가 처음이었다. 전력이 알차게 올라와 욕심을 내도 될만한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염경엽 감독 또한 조심스럽게 마음 속에 우승을 그리고 있었다.
선발 헨리 소사에 이어 '필승 계투조' 조상우 손승락 한현희를 풀 가동해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았다. 사실 LG에 끌려가는 경기였는데, 윤석민의 3점 홈런 덕분에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상대의 실수에 따른 행운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첫 경기에서 이기면서, 준플레이오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LG의 기세를 눌렀다. 양상문 감독이 말한 것처럼 LG가 1차전을 가져갔다면, 시리즈가 다른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다.
타선의 부진 속에 2차전을 내줬으나,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히어로즈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지난 해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잊을 수가 없다. 베어스를 상대로 먼저 2연승을 거두고 3연패를 당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2차전 패배는 선수단에 확실하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은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워밍업의 시간이었다. 타선이 살아난 히어로즈는 3,4차전을 잡고 4경기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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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플레이오프 시작 시점도 염 감독이 바랐던 대로 이뤄졌다. NC 다이노스와 LG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경기가 두 차례 비 때문에 연기됐다.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갔다면, 플레이오프 일정까지 뒤로 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LG가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면서 당초 일정대로 플레이오프가 시작됐다. LG는 하루만 쉬고 바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야 했다. 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야 상대팀이 지쳐 유리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그것보다 정해진 날에 시리즈를 시작하는 게 그 날에 맞춰 준비를 한 선수들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더 좋다"고 했다.
지난 해 학습효과 덕분인지 선수단 분위기도 차분하다.
김기영 히어로즈 홍보팀장은 "선수들이 4차전에서 이긴 후 환호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축하했지만, 잠실야구장에서 목동야구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잊은 것 같았다. 불필요한 말을 자제하며 조용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염 감독도 "지난 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택근이 플레이오프에서 다소 부진했는데, 정규시즌 삼성전에서 강했기 때문에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