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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와 선동열 감독 모두 승부수를 던졌다.
2013년(51승74패3무, 승률 0.408)과 올해(54승74패, 승률 0.422)는 연속으로 8위에 그쳤다. 한국프로야구에서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하위권에 머문 팀의 감독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재신임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SUN, 재신임의 배경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선 감독이 타이거즈와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선 감독은 KIA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에서 현역시절 '국보'로 불렸던 최고의 투수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그만큼 강렬한 카리스마와 실력을 발휘한 인물도 없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 진출해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며 명불허전의 실력을 과시했다.
이런 선 감독은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 은사인 김응용 감독을 따라 삼성 라이온즈 코치로 부임한다. 이어 2005년에 감독으로 데뷔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성과를 냈다. 이때까지의 선 감독은 '실패'를 몰랐다.
하지만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에 패한 뒤 전격 경질되며 감독 경력에 오점이 생겼다. 1년간 야인 생활을 한 선 감독은 2012년 고향팀 KIA에 부임했지만, 3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프로야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선 감독이 만약 이대로 물러난다면, 언제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기약하기 힘들다. 그간 성공적으로 쌓아온 '레전드'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KIA 구단은 고심끝에 선 감독이 고향팀에서 실추된 명예를 스스로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년 재신임의 배경은 결국 '프랜차이즈 레전드'에 대한 예우차원으로 해석된다.
2015시즌, 명예회복 가능한가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2015 시즌'의 중요성이 상당히 커진다. 어쩌면 2015시즌은 선 감독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 발표상 2년 계약이지만, 만약 내년에도 팀 성적이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2016시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짙다.
그렇다면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좋은 성적'의 최소기준은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KIA와 선 감독의 재결합이 '위태로운 승부수'로 평가되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올해에 비해 전력 감소 요인이 많다. 에이스 양현종이 해외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다. 물론 양현종의 해외무대 진출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팀에 잔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양현종에 대한 해외의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스카우트를 파견해 양현종을 체크했다. 양현종이 떠난다면 KIA는 전력의 20% 이상을 잃는 셈이다.
또 주전 키스톤 콤비였던 유격수 김선빈과 2루수 안치홍이 군에 입대한다. 이건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당장 내야의 핵심요원을 구해야 한다. 강한울이나 박찬호 등 신인들이 있지만, 공수 기여도면에서 김선빈-안치홍 조합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
여기에 4번 타자 나지완이 시즌 종료 후 팔꿈치 수술을 받는다. 관절경으로 뼛조각을 제거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정규시즌 복귀는 가능하다. 하지만 수술 이후 기량이 어떻게 달라질 지는 미지수다. 실력이 좋아질 수도 있고, 오히려 수술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
결국 2015년의 KIA는 올해에 비해 전력이 약화될 여지가 너무 많다. 그래서 내년 시즌은 아예 성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전면 리빌딩'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팀을 이끌게 된 선 감독이 과연 어떤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