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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다.
흔히 얘기되는 이런 '스타트'에 관한 격언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야구 국가대표팀 투수 양현종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양현종이 누군가. 김광현과 함께 대표팀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원투펀치 선발이다. 그리고 양현종은 한국의 금메달 획득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예선 대만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런데 양현종이 대만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1회 난조'다. '1회'만 잘 버틴다면 나머지 이닝들은 술술 풀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양현종이 전형적인 '슬로스타터'의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경기 초반, 특히 1회가 불안했다. 몸이 약간 늦게 풀리는 유형이다. 기록상으로도 이런 양현종의 모습이 드러난다.
올시즌 양현종의 기록을 이닝별로 나눠봤을 때 1회에 가장 많은 타자를 상대해 무려 2할9푼7리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피홈런도 가장 많은 4개를 기록했다. 그런가하면 볼넷 역시 14개로 이닝별 구간에서 가장 많았다. 양현종에게 '1회'를 무사히 넘기라고 하는 건 괜한 우려가 아니다.
물론 이닝별 피안타율이 1회보다 높은 구간도 있다. 6회때의 피안타율은 2할9푼9리(77타수 23안타), 7회는 3할5푼4리(48타수 17안타) 8회는 3할(10타수 3안타)이었다. 그러나 6회 이후로는 타수가 적어 수치가 의미를 크게 띄지 않는다. 게다가 단기전을 치르는 야구 대표팀이라면 양현종을 굳이 6회 이후까지 던지게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조금이라도 구위가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면 불펜을 가동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양현종이 조심해야 할 것은 6, 7, 8회가 아니라 1회인 셈이다. 1회만 잘 넘기면 그 이후로는 큰 문제가 없다. 2회 때의 피안타율은 2할6푼8리로 1회보다 낮았고, 특히 3회와 4회는 1할대의 피안타율이었다. 5회도 2할3푼5리로 역시 낮았다. 때문에 양현종이 1회만 잘 버텨낸다면 평소 패턴대로 5회까지는 안정감있게 선발의 임무를 다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한국이 대만전을 편안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