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명노의 베이스볼터치] 대표팀에 백업은 없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9-23 12:00 | 최종수정 2014-09-24 06:09


얼마 전 야구대표팀의 훈련 때 만난 한 선수는 '기회'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자신은 '백업멤버'라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대표로 선발된 이상 모두 같은 대표팀의 일원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선수는 없죠. 그 선수에게 현재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고, 금메달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21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한국과 태국의 경기가 열렸다. 15대0으로 5회 콜드게임승을 거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9.21.
그리고 조별예선 첫 경기인 22일 태국전에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 선발 라인업을 공개했지요. 당초 예상과는 많이 다른 선발 라인업이었습니다. 백업멤버로 분류되던 외야수 민병헌과 내야수 김민성이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지요.

민병헌은 대표팀 멤버 중 1번 타자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입니다. 올시즌 소속팀 두산 베어스에서 리드오프로 나섰죠. 전통적인 1번 타자 스타일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타격으로 '강한 1번'의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중압감이 큰 대표팀의 1번 타자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김민성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떠오르는 내야수입니다. 넥센 히어로즈의 화끈한 타선을 구성하는 마지막 퍼즐. 유격수 출신으로 현재 포지션인 3루 외에 다양한 내야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자원입니다. 하위타선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타자입니다.

하지만 둘은 당초 대표팀 주전 라인업에서 빠져있었지요. 황재균이 1번-3루수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보였고, 우익수 자리는 손아섭의 차지였습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대표 선수들의 컨디션과 성향을 고려해 첫 경기부터 새로운 라인업을 꺼냈습니다. 손아섭이 지명타자로 가면서 민병헌이 1번-우익수로 선발출전했고, 김민성은 황재균 대신 주전 3루수로 나섰습니다.

류 감독은 13안타 15득점으로 손쉽게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뒤 타선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현재 라인업을 대만전 때 그대로 쓰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21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한국과 태국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한국 류중일 감독이 식전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9.21.
영원한 백업은 없습니다. 정규시즌 때도 주축선수들의 부상이나 컨디션 조절을 위해 기용된 백업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쳐 주전을 꿰차는 일이 많지요. 프로에서는 보통 이런 과정을 거쳐 주전이 됩니다.


대표팀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소속팀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이 모였기에 실력 차이가 크지 않지요. 누가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는 라인업이 구축되는 게 대표팀입니다. 이번 대표팀에는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들을 대거 선발됐는데, 언제 어디서 구멍이 나도 대체자원을 곧바로 투입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백업 유격수로 뽑혔던 강정호는 대회 시작과 동시에 맹타를 휘두르며 주전 3루수로 맹활약했습니다. 이번에도 '제2의 강정호'가 나올까요.

사실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화두는 '세대교체'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향후 5~10년을 고려하면 금메달이 꼭 필요합니다. 각자 소속팀에 돌아가 오랜 시간 활약하며 리그의 흥행을 이끌어야 하고, 또한 앞으로 새로운 대표팀을 책임져야 합니다.

백업과 기회를 언급했던 선수들 모두에게 소중한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들은 한국야구의 미래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선수는 없습니다. 스포츠1팀 nirvan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