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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41년 뉴욕 양키스 조 디마지오가 5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달릴 때 '디마지오가 오늘 안타를 쳤을까?'라는 팬들의 기대감 때문에 양키스 경기는 매일 모든 언론의 주요 뉴스가 됐다. 현대 유니콘스 박종호가 지난 2003~2004년에 걸쳐 39경기 연속 안타를 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3시즌 막판 23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간 박정태는 FA로 팀을 삼성 라이온즈로 옮긴 2004년초 16경기 연속 안타를 추가하며 한국 프로야구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03년 56홈런을 친 이승엽에게 모아진 스포트라이트는 2004년 4월 박종호에게 옮겨졌다.
SK로서는 시즌 막판 흥행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가 하나 늘어난 셈이다. 후반기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탄 SK는 현재 LG, 두산과 함께 4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특히 SK는 지난달 24일 대구 삼성전부터 이날 NC전까지 10승1무4패의 가파른 행보를 이어갔다. 톱타자 이명기의 활약이 컸다. 이 기간 이명기는 타율 4할2푼1리를 때렸다.
이명기는 프로에 입단한 지 8년이나 됐지만, 사실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 63순위로 지명을 받아 SK에 입단한 이명기는 1군서 뛸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당시 코칭스태프로부터 "3할을 칠 수 있는 자질은 갖추고 있지만, 외야수로서 수비, 특히 송구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가 1군에 데뷔한 것은 2008년. 그러나 2010년까지 3시즌 동안 고작 14경기를 출전하는데 그쳤다. 당시 SK 외야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결국 2010년 공익근무로 군에 입대했다.
그러나 이명기는 2년간 공익근무를 하면서도 개인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명기는 지난해 기회를 잡고 5월초까지 타율 3할4푼을 때리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발목 부상을 입어 꿈을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기회가 또 찾아왔다. 이명기는 지난 6월 초부터 주전으로 기용되더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톱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장점인 컨택트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기록을 이어갈수록 이명기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팀승리만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바야흐로 SK에 리드오프 이명기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