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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기막힌 완급조절, 이미 그는 에이스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9-07 12:46


LA 다저스 류현진의 피칭은 '허허실실'이란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능구렁이 같은 피칭으로 직구 스피드를 마음껏 조절한다. 완급조절 능력이 탁월하다.

위기라는 생각이 들면, 직구 스피드는 갑자기 상승한다. 100% 힘을 써 공을 던져도 모자른 선수가 많지만, 그는 상대 타자나 상황에 맞게 힘을 조절한다. 선발투수로서 한 경기를 이끌어가는 플랜이 확실한 셈이다.


7일(한국시각)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 ⓒAFPBBNews = News1
류현진은 7일(한국시각)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시즌 15승에 도전했다. 에이스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15승.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2년차 시즌만에 빠른 속도로 정상급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은 15승 문턱에서 한 끗 차이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으로 앞선 7회초 류현진은 선두타자 아론 힐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85마일(약 137㎞)짜리 슬라이더가 다소 높게 들어가고 말았다. 다음 타자 코디 로스에겐 6구째 커브를 공략당했다. 이번엔 74마일(약 119㎞)짜리 커브가 한복판으로 몰리고 말았다. 좌측 담장을 맞히는 큼지막한 2루타를 맞고 첫 실점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침착하게 놀란 레이몰드를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6구째 93마일(약 150㎞)짜리 직구가 몸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들어갔다. 마지막 이닝을 직감한 류현진의 직구 구속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터피 고스비쉬를 바깥쪽 커브로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기나 싶었다. 2사 3루, 애리조나는 투수 타석에서 대타 A.J.폴락을 내보냈다. 류현진은 5구째 몸쪽 낮은 코스로 있는 힘껏 94마일(약 151㎞)짜리 직구를 던졌으나 좌전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2-2 동점이 되는 순간. 다저스 벤치도 류현진을 강판시켰다.

계속 해서 주자가 나가자, 류현진은 연거푸 150㎞대 직구를 뿌렸다. 있는 힘껏 공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 폴락을 넘지 못했다.

류현진은 앞서 2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는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마크 트럼보에게 우익수 오른쪽으로 향하는 2루타, 힐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로스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가 됐지만, 레이몰드를 삼진으로 잡아낸 데 이어 고스비쉬를 좌익수 뜬공으로, 앤더슨을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이때도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상승했다. 트럼보에게 2루타를 맞을 때 89마일(약 143㎞)에 그쳤던 직구 구속은 레이몰드를 삼진으로 잡아낼 때 95마일(약 153㎞)까지 상승했다. 앤더슨을 삼진으로 잡은 공 역시 94마일을 찍었다.

탁월한 완급조절능력은 류현진 최고의 장점이다. 승리의 여신이 류현진에게 15승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남은 경기에서 15승을 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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