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의 홈런포의 끝은 어디일까.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가 한국 프로야구 역대 두번째 한 경기 4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단일 시즌 홈런 공동 6위에 올랐다. 지금껏 두 명밖에 밟지 못한 50홈런 고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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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6-2로 앞선 4회엔 쐐기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2사 1루서 상대 두번째 투수 노성호의 2구째 바깥 낮은 체인지업을 잡아당겼다. 좌측 담장을 넘기는 쐐기 투런포. 우즈의 42홈런 기록을 넘어서 역대 단일시즌 홈런 9위에 오른 순간이었다.
박병호는 이 홈런으로 4타점째를 기록하며, 3년 연속 100타점 기록을 세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97타점을 기록중이던 박병호는 3년 연속 100타점을 돌파했다. 앞서 3년 연속 100타점을 기록한 이는 총 세 명이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이승엽(삼성),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우즈(전 두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대호(전 롯데)가 기록한 바 있다.
박병호의 어메이징한 기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8회 무사 3루에서 윤형배를 상대로 다시 홈런을 날렸다. 한 경기 4번째 홈런. 프로야구 역사상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대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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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박병호 위에 남은 이름은 삼성 이승엽과 심정수(은퇴) 밖에 없다. 당장 2002년 이승엽(47개)과 심정수(46개)의 기록이 눈앞이고, 그 다음엔 50홈런 이상이다. 2003년 심정수(53개), 1999년 이승엽(54개)을 넘어서면, 2003년 이승엽이 세운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다 홈런 기록(56개)에 도전하게 된다.
박병호는 이날 개인 최다 타점 타이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9월 29일 목동 두산전에서 세운 7타점과 동률이다. 하지만 다른 기록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경기 후 박병호는 "무엇보다 팀이 이겨서 좋고, 점수가 필요한 상황에 홈런이 나와서 더 기분이 좋다. 한 경기 4개의 홈런을 쳐서 나도 신기하다. 이재학 상대로 약했는데 첫 타석에서 좋은 홈런이 나와 자신감 있게 연결된 것 같다"며 웃었다.
박병호는 올시즌 홈런에 대해 의식을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주변에서 50홈런이니, 최다홈런 신기록이니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처럼 아무 생각 없이 치는 게 홈런인 것 같다. 제 마음가짐은 홈런 보다는 남은 경기 팀 승리를 ?j마나 쌓을지 생각하고 있다. 50개에 가까워질수록 잊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전,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기 전엔 항상 홈런에 대한 생각을 잊는다. 박병호는 "그냥 잊고 하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이상한 건 오늘도 마지막 타석 때 큰 걸 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좋은 느낌으로 들어간 게 효과가 있었다"며 "오늘은 좀 신기했다.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LG전이 우천취소돼 이틀을 쉰 게 체력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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