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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신문에 온통 윤호얘기가 실렸으면 좋겠다."
'10년'은 강산도 변한다는 긴 시간이다. 그간의 신윤호는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10년 만에 다시 선발 기회를 얻었을까. 이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신윤호의 선발 기용배경을 담담히 밝혔다. 그러면서 "내일 신윤호 얘기로 신문이 도배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감독 본인도 꽤 벅차오르는 듯한 눈치다.
신윤호는 LG에서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2001년에 15승6패 1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12로 에이스 반열에 올랐다. 다승왕과 승률왕, 구원왕, 골든글러브를 독식했다. 한 마디로 리그를 평정했다.
하지만 신윤호는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바로 다음해 SK에 입단해 다시 부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겨우 1군 2경기에 나와 ⅔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그해 말 신윤호는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대학 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기도 하고, 사회인 야구선수로도 뛰었다. 그렇게 5년을 보내던 신윤호는 또 다시 현역 의지를 불태웠다. 쓰러질듯 하다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같았다. 작년 말 테스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다시 입은 신윤호는 올해 2군에서 선발과 중간계투 등으로 22경기에 나와 2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그런 신윤호에게 이 감독은 다시 선발 기회를 줬다. 팀 사정상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 감독은 내심 신윤호의 호투를 기원하고 있다. 그는 "이미 알려진대로 우리팀은 현재 4, 5선발이 비었다. 그간 고효준과 여건욱 박민우 등에게 많은 기회를 줬지만 결과가 다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2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선 신윤호를 불렀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신윤호가 이기면 멋진 감동 스토리가 생긴다. 본인은 물론 팀에도 좋은 일이다. 비록 예전처럼 150㎞의 강속구는 못 던지지만, 경험이 많으니 요령있게 상황을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적어도 3~4회만 버티면 불펜 투수들로 뒤를 받쳐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연 신윤호가 이 감독의 바람처럼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