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중 2차전.
SK는 2회에 큰 위기를 맞았다. 호르헤 칸투의 빗맞은 중전안타와 홍성흔의 볼넷, 양의지의 중전안타로 1점을 내줬다. 그리고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줘 1사 만루 상황.
박정권은 오른쪽으로 강하게 대시, 슬라이딩 캐치에 성공했다. 1루에는 선발 채병용으로 커버를 들어가는 상황. 그러나 박정권의 선택은 1루가 아닌 홈이었다.
순간적인 판단은 매우 강렬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변수를 계산, 홈을 최종목적지로 택한 것이다.
타자주자 정수빈은 매우 빠르다. 반면 3루 주자 홍성흔은 느린 편이다. 이 부분은 이미 박정권의 수비 준비동작 과정에서 머리 속에 입력돼 있었다.
홈 송구가 쉽지 않은 약간 큰 바운드성 타구. 하지만 슬라이딩 캐치 후 곧바로 일어선 박정권은 홍성흔의 위치를 확인, 여유있게 아웃을 시켰다.
단순한 호수비의 의미가 아니었다. 경기 초반 경기 흐름을 바꾼 매우 좋은 판단이었다.
이전 상황을 보자. 양의지의 중전 적시타로 2루 주자 칸투가 홈을 밟았다. SK의 중계 플레이는 매끄럽지 못했다. 중견수 김강민의 송구를 받은 김성현은 포수의 키를 넘기는 송구실책을 저질렀다. 최근 '번트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송일수 두산 감독의 성향상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는 희생번트 작전이 나올 공산이 컸다. 즉, 김성현의 송구미스는 아웃 카운트 하나를 손해보는 것과 같았다.
최근 SK는 마무리 울프의 갑작스러운 미국행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전날 경기에서도 6대12로 완패하며 중간계투진의 부담이 가중된 상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2회 선취점을 내준 뒤 송구미스는 분위기 자체를 두산에 완벽히 내주는 실책.
하강세의 무드 속에서 나온 박정권의 뛰어난 판단력. 1점을 막았다는 의미를 넘어 경기 초반 분위기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더욱 중요한 효과가 담겨져 있었다. 결국 SK 선발 채병용은 2회 더 이상의 실점없이 무사히 막았다. 만약, SK가 2회 1~2점을 더 내줬더라며 급격하게 두산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을 공산이 컸다.
베테랑 박정권의 수준높은 플레이가 가져온 극적인 효과. 3회 투수진의 연속 볼넷으로 2실점하며 박정권의 호수비는 빛이 바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지능적인 플레이의 가치는 손상되지 않는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