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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투수들의 수난이 후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전반적인 타고투저 현상 속에 마무리들도 온전하게 자신들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마무리 투수의 8회 등판이 잦다. 임창용의 경우 1⅓이닝 이상 던져 세이브를 올린 경기가 7차례나 된다. 봉중근은 1⅓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11번, 그 가운데 세이브는 6번이었다. 그나마 손승락은 1⅓이닝 이상 던져 기록한 세이브가 4번 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는 '마무리=1이닝' 방식이 절대적 원칙이 아니다.
이날 현재 25세이브로 이 부문 센트럴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한신 타이거즈 오승환이 올시즌 1⅓이닝을 던진 경기는 지난 5월 13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전 뿐이다. 41경기에 나가 정확히 41이닝을 투구했고,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중이다. 한신 코칭스태프는 선두 요미우리 자이언츠전 등 순위 싸움이 걸려있는 경기에서 오승환이 8회에도 등판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1이닝 투구를 철저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메이저리그 세이브 1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트레버 로젠탈은 35세이브 가운데 1⅓이닝을 던진 경기는 4번 뿐이다. 33세이브를 기록중인 밀워키 브루어스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1⅓이닝 세이브가 한 번 밖에 없다.
국내에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는 팀마다 불펜진의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팀들도 롱릴리프, 원포인트릴리프, 셋업맨, 마무리 등 불펜투수들의 보직을 분명하게 나눠놓고는 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는 마무리 투수를 8회 이전 등판시킬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넥센, 삼성, LG처럼 붙박이 마무리를 보유한 팀은 그래도 상황이 낫다. SK와 한화는 시즌 내내 뒷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는 마무리로 던지고 있는 윤규진이 이날 삼성전에서 연장 11회까지 3이닝을 던지며 구원승을 따냈다. '마무리=1이닝'을 기준으로 삼을 처지가 아니다. SK도 마무리 박희수의 부상 공백을 최근 외국인 투수 울프에게 맡겼지만, 여전히 경기 후반은 불안하다.
사실 감독들도 마무리 투수를 9회 세이브 상황에서만 올리고 싶어하지만, 8회 위기라는 생각이 들면 '유혹'을 떨쳐버리는 못한다. 결국 투수들의 전반적인 기량 문제와 연결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