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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 출루’ 장타력 부족한 LG의 ‘잇몸’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4-08-05 09:52


LG 이병규(7번)

LG가 넥센 상대 첫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습니다. 4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넥센과의 경기에서 6:4로 승리했습니다.

승리의 원동력은 볼넷 출루였습니다. LG 타선은 넥센 투수들로부터 8개의 볼넷을 얻었습니다. 몸에 맞는 공 3개를 포함하면 얻어낸 사사구는 11개였습니다. 4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한 2회말에 터진 안타는 황목치승의 2타점 중전 적시타 단 1개였습니다.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공 2개로 차곡차곡 주자를 쌓았기 때문에 대량 득점이 가능했습니다. LG는 2회말에 잡은 리드를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거포 군단 넥센 타선이 2개의 홈런을 터뜨렸지만 승리는 볼넷으로 얻은 기회를 살린 LG의 것이었습니다. 볼넷이 대포를 잡은 셈입니다. 안타나 홈런에 비해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상대 투수를 괴롭히며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볼넷은 과소평가되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지표로 드러나는 LG 타선의 힘은 리그 하위권입니다. 팀 타율(0.281)과 팀 장타율(0.404)은 리그 최하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가 4위 싸움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382개로 리그 최다 볼넷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은 볼넷을 골라낸 덕분에 LG의 팀 출루율은 0.363(7위)로 리그 최하위를 면하며 0.288(5위)의 득점권 타율을 묶어 득점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타자들이 볼넷을 골라내는 선구안을 갖추지 못했다면 LG는 결코 4강에 도전장을 내밀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LG 타선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타자들이 많았고 유인구 볼에 대한 유혹을 참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제구력에 약점을 노출해 스스로 무너질 상대 투수를 성급한 공략으로 돕는 경우조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LG 타자들의 성향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초구부터 공략하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정확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상대 투수들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습니다. 4일 잠실 넥센전에서도 2회말 이병규(7번)가 11구, 정성훈이 7구, 그리고 황목치승이 9구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친 것이 역전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LG 타자들이 물고 늘어지자 넥센 선발 금민철은 사사구를 연발해 2회말에만 41구를 던진 끝에 이닝을 매듭짓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습니다.

LG 타선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병규(7번)와 박용택입니다. 이병규(7번)가 58개, 박용택이 56개로 각각 리그 3위와 4위에 해당하는 많은 볼넷을 얻고 있습니다. 올 시즌 타선의 핵심으로 급부상하며 커리어하이를 굳혀가고 있는 이병규(7번)는 데뷔 이후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내고 있습니다. 박용택 또한 프로 데뷔 13년차인 올 시즌이 이미 가장 많은 볼넷을 골라낸 시즌입니다. 시즌 초반 1번 타자로 활약하며 선구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LG 타자들의 선구안 향상은 올해로 LG에서 3년차를 맞이하는 김무관 타격 코치의 업적이기도 합니다. 롯데 시절 거포 육성에 탁월한 능력을 입증한 바 있는 김무관 코치가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활용하는 LG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돌파구를 찾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타력이 부족한 LG의 '잇몸'으로서 볼넷 출루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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