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타자들의 거센 도전이 예상됐는데,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올 시즌 후반기 프로야구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 핫 아이템, 박병호(28)와 강정호(27)의 홈런왕 경쟁이다. 넥센 히어로즈의 4~5번 타자, 1년 선후배간의 보기드문 홈런 레이스가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주춤하더니,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슬럼프 수준으로 타격감이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박병호가 최상의 컨디션에 올라왔을 때 오버 페이스를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주위의 과도한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병호가 흔들릴 때 복병 강정호가 튀어나왔다. 박병호에 비해 폭발력이나 휘발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힘있고 꾸준했다. 5월 9개, 6월 9개, 7월 7개를 터트리며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했다. 강정호가 다가서면 박병호가 도망가는 패턴이 이어졌다. 그리고 강정호가 4일 LG 트윈스전에서 시즌 31번째 아치를 그려내면서 박병호에 2개차로 따라붙었다.
|
반면, 컨택트 능력이 좋고 장타력을 갖췄지만 전형적인 홈런타자로 보기 어려웠다. 2009년 23홈런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드러낸 강정호는 2010년 12개, 2011년 9개에 그쳤다. 2012년 25개를 때리며 강정호는 지난 해에 22개를 쳤다. 박병호가 팀에 합류한 이후 홈런수가 증가했다. 나란히 중심타선에 포진한 둘 간의 시너지 작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간 강도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이 붙었다는 평가다.
지금같은 페이스라면 박병호와 강정호 모두 4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 지나치게 타이틀을 의식하다보면 페이스가 흐트러질 수도 있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건강한 경쟁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