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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투수, 새 구종 습득 쉽게 보면 안돼" 지적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8-04 07:07



"고교야구에서 투수 스타가 왜 안나오는지 아십니까?"

투수 전문가로 유명한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 많은 얘깃거리들이 포함돼있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국위 선양 중인 투수 류현진을 시작으로, 한국프로야구와 아마야구 전체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다.

얘기의 시작은 구종이었다. 류현진부터 시작됐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서 7회 통한의 1타점 적시 3루타를 허용했다. 2-2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시즌 13번째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1번타자 알칸타라에게 우중간 3루타를 맞았는데, 밋밋한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며 상대에게 통타를 당한 결과였다.

올시즌 슬라이더를 새로운 무기로 장착한 류현진. 이전부터 슬라이더로 인해 체인지업의 위력이 감소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양 감독도 이에 동의표를 던졌다. 양 감독은 "현진이가 슬라이더를 던지며 팔의 각도가 올라가고 있다. 팔스윙이 변하니 이전 체인지업의 구위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현진은 정통파 투수로 분류되지만, 완전히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오버핸드 스타일은 아니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는 팔이 쓰리쿼터 형태로 유지될 때가 잦았다.

류현진 뿐 아니다. 양 감독은 투수들의 새 구종 습득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양 감독은 "투수들이 새 구종을 실전에서 쓸 수 있도록 습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섣부른 판단이 독이 될 수도 있다"라며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나는 한 투수가 한 구종 습득에 5년의 시간을 투자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기존 구위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도 많았다. 양 감독은 "양현종(KIA)이 컷패스트볼을 배우다 구위를 잃은 얘기는 많이 알려졌다. 박찬호(은퇴)도 그랬다. 박찬호는 다저스 전성기 시절 직구와 파워커브로 타자를 이겼다.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 후 허리 부상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체인지업을 던지다 구위가 떨어진 경우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최근 고교야구에서 투수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라고 했다. 양 감독은 "프로를 꿈꾸는 선수들이 최근 선진야구에 대한 내용을 쉽게 접한다. 그리고 되지 않는 변화구 여러개를 구사하려고 애쓴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수는 기본적으로 가장 자신있는 2개 구종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슬라이더와 커브가 상극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직구-슬라이더, 직구-커브 위주의 투구가 돼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능력이 된다면 3번째 변화구를 장착하면 좋다. 4번째까지도 필요 없다. 4번째는 3가지를 다 써도 통하지 않는 타자에게 결정적일 때 쓸 수 있는 정도로 연습하면 된다"고 했다. 실제, 2000년대 초반 고교 때부터 라이벌이자 전국구 스타로 이름을 알렸던 김진우(KIA, 당시 진흥고)와 류제국(LG, 당시 덕수고)의 경우도 150km가 넘는 강력한 직구와 커브로 스타덤에 올랐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야생마 같은 이미지가 고교야구를 접하는 팬들에게 어필을 한 것이다.

양 감독은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4개 이상의 구종을 모두 잘던지는 투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어린 선수들이 일단 자신의 주무기를 확실히 익히고, 프로에 와 새 구종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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