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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궁금하다."
거의 도박에 가까운 2연전 선발 카드.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이런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선수들의 부상이 전체 구상을 바꾸게 했다. LG의 개막전 선발은 누가 봐도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였다. 하지만 리즈가 이탈했다. 두산과의 2차전은 '두산 킬러' 신재웅을 내정해놨다. 하지만 신재웅도 팔꿈치가 좋지 않았다.
당장 두산과의 개막 2연전도 중요하지만, 시즌을 더욱 길게 내다본 김 감독의 선택이었다.
만약, LG가 개막 후 계속해서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라면 주축 선발들을 앞당겨 투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LG는 주중 SK와 홈 개막 3연전을 치른 뒤 4일간 경기가 없다. 그 후 8일부터 부산에서 롯데와 3연전을 치른다. 김 감독은 SK와의 3연전에 팀의 원, 투, 쓰리 펀치인 류제국 우규민 리오단 투입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사실상 이 때부터 본격적인 선발 로테이션이 시작된다고 본 것이다. 이 세 선수를 SK와의 3연전에 쓰고, 1주 후 롯데와의 3연전에 다시 투입할 수 있다. 두 번의 연전에 1~3선발을 모두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정확히 1주일씩을 쉬고 던지기에 컨디션 조절도 용이하다.
또 하나, 이번 시즌은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월요일 경기가 개최된다. 팀에 따라 9연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선발투수가 많은 팀이 유리하다. 김선우와 임지섭 등 선발 후보들이 실전 경험을 쌓으면 향후 위기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 김 감독도 신재웅의 투입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우규민이나 리오단을 두산과의 2차전에 출전시킬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개막 2연전을 모두 내줄 경우 시즌 초반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구상했던 로테이션을 흔들어 1승을 챙긴다고 해도, 이후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김 감독은 두산과의 2연전에 대해 "1승 1패만 해도 정말 좋은 일"이라고 했다. 상대는 원투펀치를 다 내보냈다. 반대로 LG는 시즌 동안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 부호를 달았던 2명의 선수가 나섰다.
사실상 2패를 하더라도, 경기 내용만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마인드로 냉철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개막전에서 1점차로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2차전 고졸 신인 투수를 앞세워 대승을 거뒀다. 결론적으로 작전 대성공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팬들에게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 하다.
LG에게 의미가 있는 개막 2연전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