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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숙해진 '타자' 류현진, 쉬어가는 타순 아니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3-23 15:22



류현진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날카로운 변화구도 소용 없었다.

LA 다저스의 돈 매팅리 감독은 최근 8번 타순에 투수를 기용할 수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는 투수도 타석에 들어선다. 대부분이 9번타자로 나서 '쉬어가는 타순'이 되기 마련이지만, 타격 재능을 갖춘 투수들의 경우는 예외가 될 수 있다.

2008년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 루사 감독은 투수를 8번 타순에 고정시킨 적이 있다. 발 빠른 타자를 9번타자로 내보내 또 한 명의 리드오프를 배치하는 효과를 누리려 한 것이다. 알버트 푸홀스 등 중심타자들의 해결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복안이었다.

타격이 본업이 아닌 투수들에게 타격은 '보너스'와도 같지만, 다저스 투수들은 다르다. 2선발 잭 그레인키는 지난해 29경기서 타율 3할2푼8리(58타수 19안타) 4타점을 기록하고, 포지션별 타격이 우수한 선수에게 수상하는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홈런은 없었지만, 정확한 타격 실력이 돋보였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의 타격 실력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1할8푼2리로 주춤했지만,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2할대 타율(2할2푼5리, 2할7리)을 기록했다. 류현진도 지난해 타격 본능을 뽐냈다. 27경기서 타율 2할7리(58타수 12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2루타 3개에 3루타 1개로 장타력까지 선보였다.

다저스 1~3선발 모두 타격이 수준급인 셈이다. 매팅리 감독은 발 빠른 디 고든을 9번-2루수로 기용하면서 타격이 좋은 투수를 8번타자로 기용할 구상을 갖고 있다.

류현진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첫 경기부터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23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 두번째 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첫 타석부터 안타를 기록했다.

1-0으로 앞선 3회초, 류현진은 선두타자로 나섰다. 애리조나 선발인 우완 트레버 케이힐은 류현진의 타격을 의식한 듯, 초구부터 변화구를 구사했다. 보통 타격실력이 떨어지는 투수를 상대할 땐 직구를 던지기 마련이다. 가볍게 처리하고 넘어가려 하는데 류현진을 의식하는 게 다분히 느껴졌다.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류현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살짝 떨어지는 궤적의 공을 정확히 받아 쳤다. 깔끔한 중전안타였다.

첫 타석부터 류현진의 향상된 타격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류현진은 디 고든의 2루타와 야시엘 푸이그의 적시타로 홈을 밟아 첫 득점에도 성공했다.

다저스는 이날 상대 선발 케이힐을 무난하게 공략했다. 류현진 역시 선봉에 섰다. 4회 두번째 타석에서는 가볍게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는 등 2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해 류현진의 타격 모습.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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