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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첫 승, 하지만 평소보다 투구 이닝이 적었다. 이유가 뭘까.
사실 다저스로선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경기였다. 평소보다 이른 해외 개막전, 게다가 장거리 원정으로 선수들의 피로가 극에 달한 경기였다. 전날 열린 개막전에선 3-1로 아슬아슬한 승부가 진행됐지만, 이날은 초반부터 상대 선발 트레버 케이힐을 무너뜨리면서 6-0으로 크게 앞선 상태였다.
전날 다저스는 에이스 커쇼에게 6⅔이닝을 던지게 했다. 투구수는 102개. 전날은 다소 타이트한 경기로 커쇼에게 많은 이닝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아직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투수들이 많기에 믿을 수 있는 커쇼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줬어야 했다. 결국 전날 다저스는 세 명의 불펜투수, 크리스 페레즈(⅓이닝) 브라이언 윌슨(1이닝) 켄리 젠슨(1이닝)만 등판시켰다.
이날은 류현진의 첫 등판이었다. 게다가 낯선 호주에서 공을 던졌다. 무리시킬 필요가 없었다. 갑작스런 변수도 있었다. 류현진은 5회말 투구 도중 발목을 삐끗 했다. 1사 1루서 A.J.폴락에게 공을 던지다 디딤발의 밸런스가 무너져 넘어질 뻔했다. 투구 뒤 몸이 휘청일 정도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
개막전을 위해 야구장으로 개조한 구장의 마운드가 좋지 않았다. 앞 타석에서 투수 조시 콜멘터에게 첫 볼넷을 내줄 때부터 밸런스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현지 중계 카메라엔 류현진이 라커룸으로 절룩거리며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발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무리시킬 필요는 없었다. 투구수 87개, 5이닝 강판은 지극히 현실적인 결정이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