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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의 강지광 "추신수선배처럼 되고싶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03-03 06:53 | 최종수정 2014-03-03 06:55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배팅에 나선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강지광.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와 강정호 이성열 김민성 등 중장거리 타자가 버티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한국 프로야구 9개 팀 중 최강 타선으로 꼽힐 정도로 타순이 안정돼 있고, 짜임새가 좋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준비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팀 출범 7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는 히어로즈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에 벌어진 연습경기에서 가공할 화력을 쏟아내며 상대 마운드를 무너트렸다. 특히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와의 연습경기 2게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첫 경기에서 8대5 완승을 거둔데 이어, 요코하마 주전 선수 대다수가 나선 두 번째 경기에서 17대6 대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18안타를 때린 히어로즈는 2차전에서 무려 20안타를 쏟아냈다.

이런 히어로즈 타선에서 요즘 가장 핫한 선수가 있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히어로즈에 입단한 강지광(24), 무명에 가까운 외야수다. 강지광은 지난달 24일 요코하마전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3안타, 1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팀이 치른 연습경기 6게임에 모두 나서 타율 타율 4할9리(22타수 9안타), 2홈런, 8타점. 강타자가 즐비한 히어로즈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이다.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 때 강지광의 장타력에 주목했던 염경엽 감독은 시범경기까지 최대한 실전경기에 출전시키겠다고 했다. 올해는 강지광을 2군에서 착실하게 육성과정을 밟게 하겠다고 했던 염 감독도 살짝 흔들리는 것 같다. 지금같은 페이스가 시범경기까지 이어진다면, 코칭스태프가 상당히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

인천고 졸업, 1m81, 85kg, 우투우타. 2009년 LG에 입단한 강지광은 고교시절 시속 150km 공을 뿌리는 투수 유망주였다. 당시 LG 프런트로 있던 염 감독은 그때부터 그를 눈여겨봤다고 한다. 그러나 두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은 강지광은 타자로 전향했다. 지난해 2군 경기 21게임 출전이 프로에서 타자로 출전한 기록의 전부다. 야구팬들을 깜짝놀라게 한 강지광은 지금 어느 위치에 와 있는걸까.

-코치스태프와 구단이 같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감독이나 수석코치, 타격코치가 어떤 주문을 했으며, 어떤 조언이 가슴에 남았나.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님들이 이런저런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마음 편하게, 그리고 부담 없이 훈련하고 경기에 나가라고 하시는데, 부족한 점이 많은 신인급 선수에게는 가장 중요한 조언인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주문을 안 하시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애리조나 훈련캠프에서 홈런 비거리 때문에 화제가 됐고,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팀 내 선후배들의 반응이 어떤가.

다들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경험이 많은 선배들은 뭣 모르고 야구할 때니까 마음껏 해보고, 그 속에서 한 가지씩 교훈을 찾아보라는 말씀을
23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1점 홈런을 터트린 넥센 강지광.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하시는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불편한 질문이 될 수 있는데, 그동안 캠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정작 시즌 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가 적지 않았다. 이번 캠프는 강지광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

무조건 경험을 쌓는 캠프다.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쌓고 현재 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LG 시절에 타자로 전향했는데, 투수로서 실패가 큰 충격이었을 것 같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결정을 내렸나.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투수로 뛸 생각이 있나.

팔꿈치 통증 때문에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야구는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현재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 타자로 꼭 성공하고 싶다. 투수에 대한 미련은 없다.

-염경엽 감독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 또 박병호 서건창 서건창 등 LG 출신 선수들이 히어로즈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감독님께서 전혀 기억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고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드래프트로 타구단의 지명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팀에 합류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로부터 환영인사를 받았을 때 이적이 실감났다.

-프로에서 타자 경험은 지난해 2군 경기 출전이 전부. 야수로서 어떤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타격에서 장점이 있다. 특히, 장타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경기의 흐름을 읽는 경험을 쌓는다면 좋은 주루플레이도 보여주고 싶다. 어깨는 좋은 편인데, 아직 수비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장점만큼 약점, 부족한 점도 잘 알고 있을텐데, 이런 면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현재 외야수로서 수비능력을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24일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3안타 1타점을 기록한 넥센 히어로즈 강지광. 경기 후 수훈선수로 뽑힌 강지광이 상금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상대투수에 대한 정보와 경험부족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 어떤 투수가 어떤 특징이 있으며, 어떤 변화구를 던지는지 경험으로 알고 타석에 들어가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차이다. 그래서 코치님들과 선배님들께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 외야수비 능력은 어려운 질문인데, 100점만점에 60점 정도 주고 싶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했기 때문에 타구판단 등에서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경험을 쌓고 많이 노력을 해야 한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 가장 인상깊었던 타석, 혹은 경험이 있다면.

잘 친 타석보다는 못 친 타석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특히, 상대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 중 처음 보는 구질이 있어 많이 당황스러웠다. 아직 타자로서의 경험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이 새롭다.

-지금같은 활약이 이어진다면 1군 입성도 가능할 것 같다.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타자 강지광'은 어떤 모습인가.

아직 스스로가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다는 설정을 하기가 어렵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좀 더 경험을 쌓고 내가 어떤 선수인지 느낌이 온다면 좀 더 구체적인 목표설정이 가능할 것 같다.

-닮고 싶은 선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나.

우리 팀에도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선배 등 닮고 싶은 선수들이 많다. 추신수 선배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체격이 비슷하고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점이 같다. 잘은 모르지만 내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할 때의 마음을 추신수 선배는 알 것 같고, 추신수 선배의 그러한 결정이 내가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그리고 추신수 선배는 5툴을 갖춘 완벽한 타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강지광에 대한 코칭스태프, 팀 동료의 평가

염경엽 감독=빠리 적응해 잘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애리조나 캠프에서 준비하고 노력했던 부분을 실전에서 잘 풀어가고 있어 만족스럽다. 경험 등 아직 부족한 것이 있기 때문에 2군에서 시작하겠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잘 채워서 1군에 올라온다면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된 강지광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강철 수석=배트 스피드가 워낙 뛰어나 컨택트만으로도 큰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배우는 자세가 훌륭하고 좋은 선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허문회 타격코치=생갭다 변화구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장기인 파워를 잘 살리고 있고, 성장 속도도 빨라 앞으로 좋은 모습이 기대된다.

이택근=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스피드가 좋아 경험만 쌓는다면 어마어마한 선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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