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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 와이번스의 에이스는 크리스 세든이었다. 세든과 조조 레이예스가 외국인 투수로 구성됐는데, 당초 큰 기대를 받았던 레이예스가 들쭉날쭉한 내용을 보인 것과 달리 세든은 시작 막판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14승을 올렸다. SK는 세든과의 재계약을 확신했지만,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바람에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외국인 선수들 입장에서 팀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돈'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직구 19개, 투심 17개, 커브 4개, 슬라이더 5개 등 총 45개의 공을 던지며 제구력과 구종을 시험했다. 이날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던지지 않았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8㎞를 찍었다. 하지만 타자를 압도할만한 특징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동안 4사구는 허용하지 않았으나, 제구력에서도 아직은 검증을 거쳐야 할 부분이 있다.
조웅천 투수코치는 최근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낮게 깔리는 제구력만 안정적이라면 제 실력 발휘할 것"이라며 울프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0㎞대 후반, 평균 144~145㎞ 정도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다만 투구시 릴리스포인트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공끝의 위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결국 제구력으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자체 연습경기에서 울프와 상대를 해 본 한 타자는 "용병은 공끝이 얼마나 묵직한 것이지가 관건인데, 울프한테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 정도면 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울프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앞으로 1~2번 정도 더 등판할 예정이다. 선발 요원이기 때문에 투구이닝은 3~4이닝 이상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장점은 제구력이다. SK는 울프를 영입할 때 제구력이 좋다고 소개했었다. 압도적인 구위, 공끝의 지저분함이 없다면 제구력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SK 코칭스태프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할 듯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