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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울프, 세든보다 나은가 관건은 제구력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2-26 11:41


SK 새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는 지난해 에이스로 활약한 크리스 세든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만족스러운 피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지난해 SK 와이번스의 에이스는 크리스 세든이었다. 세든과 조조 레이예스가 외국인 투수로 구성됐는데, 당초 큰 기대를 받았던 레이예스가 들쭉날쭉한 내용을 보인 것과 달리 세든은 시작 막판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14승을 올렸다. SK는 세든과의 재계약을 확신했지만,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바람에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외국인 선수들 입장에서 팀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돈'이었다.

세든을 놓친 SK는 대안으로 로스 울프(32)를 영입했다. 울프는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22경기에 등판해 1승3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한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텍사스에서도 보직이 애매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SK와 계약을 했다. 미국에서는 선발보다는 중간계투로 많이 등판한 울프는 SK에서는 세든의 자리를 대신할 선발로 주목받고 있다.

울프는 현재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연습경기에 등판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8일 요코하마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2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던 울프는 25일 주니치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는 3이닝 동안 3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2경기서 5이닝 5안타 2실점의 성적이다. SK는 현재 울프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썩 만족스러운 피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편없는 실력을 지녔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이날 경기에서는 직구 19개, 투심 17개, 커브 4개, 슬라이더 5개 등 총 45개의 공을 던지며 제구력과 구종을 시험했다. 이날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던지지 않았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8㎞를 찍었다. 하지만 타자를 압도할만한 특징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동안 4사구는 허용하지 않았으나, 제구력에서도 아직은 검증을 거쳐야 할 부분이 있다.

조웅천 투수코치는 최근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낮게 깔리는 제구력만 안정적이라면 제 실력 발휘할 것"이라며 울프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0㎞대 후반, 평균 144~145㎞ 정도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다만 투구시 릴리스포인트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공끝의 위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결국 제구력으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자체 연습경기에서 울프와 상대를 해 본 한 타자는 "용병은 공끝이 얼마나 묵직한 것이지가 관건인데, 울프한테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 정도면 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세든과 비교할 수 밖에 없다. 세든은 '지저분한 공끝'으로 승부했다. 직구 구속은 140㎞대 중반이었지만, 다양한 구종과 안정적인 제구력, 그리고 공끝의 현란한 움직임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세든은 키가 1m93으로 스피드는 그리 높지 않았어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는 투구폼이 상대를 압도했다. 울프의 키는 세든보다 약 10㎝가 작은 1m83이다. 릴리스포인트가 상대적으로 낮다. 상대 타자가 느끼는 압박감이 세든보다는 덜하다.

울프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앞으로 1~2번 정도 더 등판할 예정이다. 선발 요원이기 때문에 투구이닝은 3~4이닝 이상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장점은 제구력이다. SK는 울프를 영입할 때 제구력이 좋다고 소개했었다. 압도적인 구위, 공끝의 지저분함이 없다면 제구력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SK 코칭스태프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할 듯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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